정상화의 단꿈에 빠져있던 프로배구가 찬물을 뒤집어썼다.
드림식스의 인수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우리카드가 손바닥 뒤집듯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리카드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의 뜻이 인수 포기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결정권자인 회장이 바뀌면서 우리카드의 배구단 인수가 기조 없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배구단 인수를 결정한 이팔성 회장 대신 5월 말 새 회장으로 선임된 이순우 회장은 조직 축소와 수익성 제고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배구단 인수의 가치 및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인수 포기의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리카드는 새로 런칭하는 과정에서 기존 우리금융지주의 다른 스포츠단(여자농구, 골프)이 거둔 마케팅적 효과를 높이 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자 적극적으로 배구단 인수에 나섰다. 때문에 당시 드림식스의 네이밍 스폰서로 활동 중이던 러시앤캐시와 배구단 인수를 놓고 경쟁을 펼친 끝에 어렵게 인수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우리카드는 이 결정을 전면 백지화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내용을 전달받거나 문건을 받은 것은 없다. 신원호 사무총장이 오늘(20일)도 우리카드 관계자들과 미팅을 통해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에 나섰다"면서도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또다시 희망을 잃은 드림식스 선수들이다. KOVO 관계자는 우리캐피탈의 경영악화로 인해 2년 동안 주인없는 배구단으로 지내온 드림식스에 악재가 계속 되면서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카드 측은 내심 러시앤캐시가 드림식스를 인수해주길 바라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이에 대해 KOVO는 완강한 입장이다. 신원호 사무총장은 "회원사간의 판매, 양도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러시앤캐시가 드림식스를 인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KOVO 관계자 역시 "포기하고 해체하게 되더라도 일단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면 절차상 깔끔하게 마무리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씁쓸하게 덧붙였다.
결국 우리카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중 한 군데서 드림식스를 인수하거나, 드림식스 인수를 포기한 후 가입금, 서울연고 입성금 등으로 약속한 40억원의 150%인 60억원을 연맹에 위약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연맹은 전자를 바라고 있지만 우리금융지주 측의 반응이 생각 외로 단호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OVO 관계자는 "만약 우리카드가 해체나 포기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정식 공문이나 내용 증명을 보낼 경우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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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우리카드 구단주와 강만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