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과 지금 모두 같은 팀이다. 감독은 달라졌고 마무리도 다르다. 다만 초보 마무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런데 그들에게 경험을 쌓아주는 방법은 정반대다. 4년 전 초보 마무리 이용찬을 보유했던 두산 베어스의 현재 마무리 홍상삼 키우기는 무엇이 다를까.
두산은 20일 잠실 롯데전서 선발 유희관의 무실점투 속 7회까지 2-0으로 앞서나갔으나 8회 2-2 동점을 허용한 뒤 결국 연장 11회 박준서에게 1타점 중전 안타, 강민호에게 1타점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하며 2-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시즌 전적 27승1무30패를 기록하는 동시에 5위 롯데를 5경기 차로 떠나보냈다.
승부처는 8회초였다. 좌완 선발 유희관이 7이닝 무실점으로 자신의 인생 경기를 만들었다. 2-0 점수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셋업맨 정재훈이 난조를 비추며 전준우에게 1타점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2-1에서 박종윤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2사 1,3루가 되었다. 그러자 두산은 주저없이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해 22홀드(3위)를 올리며 선발 유망주에서 필승 셋업맨으로 변신한 홍상삼은 시즌 전부터 새로운 마무리로 점지되었다. 지난해 35세이브(2위)를 올리며 외국인 마무리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올린 스캇 프록터(은퇴)는 9월 초순 연이틀 블론세이브로 인해 팀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홍상삼은 지난해 12월 자율훈련 도중 발 골절상을 입는 바람에 훈련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경험도 부족한 마당에 제 궤도를 찾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최근 들어 다시 자기 구위를 찾았다는 평을 받던 홍상삼이지만 결국 승계주자 두 명을 안은 실점 위기에서 정훈에게 1타점 동점 좌전 안타를 내줬고 신본기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이승화를 범타처리했고 주자 없이 시작한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2009시즌 두산은 초보 마무리 이용찬을 기용하며 가능한 한 책임져야 할 아웃카운트를 많이 부여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LG 좌타 거포 로베르토 페타지니에게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내줬고 시즌 중반에는 무릎 부상도 겹치는 등 순탄치만은 않았던 이용찬의 마무리 행보다.
그러나 이용찬은 그 해 26세이브를 올리며 구원왕-신인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1아웃 세이브, 2아웃 세이브 등 1이닝 미만의 세이브도 있었으나 그만큼 초보 마무리가 책임져야 할 의무를 줄여준 팀의 배려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용찬은 2010시즌 개인사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25세이브를 올리며 순조롭게 마무리로 적응해나갔다.
홍상삼은 어떤가. 정재훈이 1점을 먼저 허용하며 불안감을 비춘 순간 8회말로 넘기기 위해 소모해야 할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였다. 그러나 왼손 대타 박종윤 타석에서도 밀어붙였고 결국 중전 안타로 주자가 쌓였다. 2사 1,3루 실점 위기. 두산은 새로운 셋업맨 오현택 대신 홍상삼을 넣었다.
그런데 이날 타구의 질이 좋던 정훈은 제구감이 잡히지 않던 홍상삼의 4구 째를 당겨 1타점 좌전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신본기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2사 만루까지 자초한 홍상삼은 이승화를 간신히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승계주자 없던 9회초는 볼넷 1개만 내주고 끝냈다. 결국 연장에서는 오현택이 올라와 버티다 결국 패했다.
새로운 마무리를 강하게 키우려는 전략일 수 있다. 그리고 홍상삼은 분명 좋은 공을 지닌 투수다. 그러나 20일 잠실구장은 퓨처스리그가 아닌 1군 경기가 펼쳐지던 엄연한 전장이다. 그것도 4경기 차 윗 순위 팀과의 맞대결. 5경기 차는 엄청난 연승 바람과 상대의 극심한 연패가 아닌 이상 요단강급 격차가 될 수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5경기 차 6위 두산은 과연 새 마무리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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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