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여왕', 공포물 능가하는 고현정의 학원물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6.21 08: 00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 하나 없이도 그보다 더한 오싹함을 주고 있다. 매 회 등장하는 고현정의 살벌한 연기와 그에 못지않은 아이들의 열연이 '여왕의 교실'을 공포물로 만들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여왕의 교실' 4회에서는 주인공 심하나(김향기 분)의 편과 마여진 선생(고현정 분)의 편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 상황의 중심에는 은보미(서신애 분)의 충격적인 배신이 있었다.
이날 방송 초반, 브라운관에는 마치 판타지 호러 영화를 떠올릴법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무표정으로 그러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축제 무대에서 춤을 추는 아이들, 그 위로 떨어지는 붉은 조명, 저 멀리 검은 정장을 입고 이들을 그윽히 바라보는 마여진 선생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초등학생이 등장하는 학원물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충격적인 장면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이날 방송에서 은보미는 마여진 선생의 앞잡이가 됐다. 마여진 선생은 뒤에서 그를 욕하는 반 아이들의 휴대폰 메시지를 보여줬다. 그 안에는 은보미를 따돌리려는 아이들의 말 뿐 아니라 심하나가 은보미를 펫으로 생각해 놀아준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마여진 선생에겐 긴 설득 따위는 필요없었다, 그저 조용히 은보미에게 말했다. "얘네들하고 선생님, 누가 진짜 네 편일까"라고.
은보미는 이때부터 마여진 선생의 앞잡이가 돼 심하나를 감시했다. 예를 들어 반 아이들이 떠들었을 때 그 범인으로 심하나의 이름을 지목하는 식이었다. 충분히 악의적인 행동이었지만 심하나는 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여린 여자아이였다. 은보미가 소름끼치도록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심하나를 괴롭힐 때에 그 뒤로는 마여진 선생의 잔상이 보이는 듯 했다.
이러한 공포는 방송 말미 극에 달했다. 마음 약한 심하나가 본인을 "베스트 프렌드"라 자처하는 반 아이 고나리(이영유 분)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일은 시작됐다. 고나리는 황수진(제이니 분)의 지갑을 훔쳤다. 돈이 탐나서가 아니었다. 언제나 거들먹거리며 자신을 무시하는 황수진을 골탕먹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일이 마여진 선생의 귀에 들어가자 상황은 급변했다. 마여진 선생은 범인을 찾기 전까지 반 전체에게 벌칙을 내릴 것이라 말했고 이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그러자 아이들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민 재판'을 연상케 하는 범인 색출 토론이 이뤄졌다. 같은 반에서 생활하는 급우에게 "범인처럼 생겼다"는 인신 공격을 해 가며 범인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은 경악스러웠다.
결국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아이들은 벌 청소를 해야 했다. 이 때 심하나의 눈에 띈 것은 몰래 황수진의 지갑을 버리려던 고나리의 모습이었다. 고나리는 뻔뻔하게도 심하나에게 자신 대신 지갑을 본래 자리로 돌려놔 달라 부탁했다. 베스트 프렌드를 자처하는 고나리의 부탁이었다.
역시나 심하나는 이 부탁을 들어줬다. 은보미가 광경을 놓칠리 없었다. 이를 본 은보미는 곧장 마여진 선생에게 달려갔다. 심하나는 은보미에게 사정 설명을 하기 위해 전력 질주를 그를 쫓았다. 그러나 학교 복도의 코너를 돌자 나타난 것은 로봇 같은 표정의 마여진 선생과 그 옆에서 비열하게 웃음 짓는 은보이였다.
'여왕의 교실'의 원작인 동명의 일본 드라마는 일본에서 방영 당시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리해서 '여왕의 교실'이 국내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왕의 교실'은 매 회 공포스럽도록 잔인한 마여진 선생의 교육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러브라인, 출생의 비밀 따위는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강력하다.
고현정의 연기도 그렇지만 드라마의 연출이 이러한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몫을 한다. 심하나의 놀란 얼굴과 비릿한 웃음을 짓는 은보미의 얼굴이 교차하며 클로즈업되는 장면, 축제에 참여한 아이들의 표정과 마여진 선생의 음울한 얼굴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 등은 공포스러움을 배가시켰다.
'여왕의 교실'은 방송 이후 충격적인 내용만큼의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러한 파장이 시청률로는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더욱 악랄해지는 악마 마여진 선생의 공포스런 학원물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mewolong@osen.co.kr
'여왕의 교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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