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있던 로커는 무대를 내려오니 소년처럼 천진난만한 원래 모습을 드러냈다. 저항, 자유를 대표하는 록을 부르짖던 윤도현은 귀가 얇고, 가볍고, 스포츠카가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귀여운 남자였다.
윤도현은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그의 숨겨진 매력을 맘껏 뽐냈다.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로커의 모습과는 상반된 매력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에서 윤도현은 세탁소집 아들이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조그마한 세탁소 집의 아들이었고 언제나 생할기록부에 깔끔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다림질 명인인 아버지가 신식 다리미를 쓰며 선보이는 기술을 능청스럽게 흉내내기도 했다. 또한 그는 밝은 모습으로 다른 이들을 화나게 한다는 엉뚱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늘어놨다.

또한 학창 시절 좋아하는 누나 앞에서 볼일을 보다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던 '더러운 경험'도 이야기했다. 그는 "당시 골목 한 켠을 막아 만든 재래식 화장실을 썼다"며 "그런데다 위가 트여 있어 지나가는 사람이 보인다. 그 때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좋아하는 누나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재연하며 "세상의 끝을 봤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도 빠질 수 없는 토크였다. 무명 시절 출연했던 록 뮤지컬에서 만난 아내와 윤도현은 노래 중 날아온 의자를 피하다 본격적으로 사랑을 키운 특이한 커플이었다. 그는 "공연이 끝나고 쫑파티를 했는데, 너무나 희한한 사고가 났다"며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아내가 옆에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 때 저를 좋아하던 여자 분이 욕을 하면서 의자를 던졌다. 그 의자를 피하기 위해 밖으로 같이 나갔고 그 때 친해졌다"며 독특한 사연을 털어놨다.
그리고 로맨틱한 남자와 철 없는 소년의 면모를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결혼기념일, 차에다 꽃을 하나 꽂아놓고 선물이라고 줬다"며 특별한 결혼기념일 선물을 공개했다. 이어 그는 친동생의 결혼 자금으로 아내가 그 차를 팔았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옛날에 스포츠카 사고 싶어 돈을 모은 적이 있다. 아내가 '내가 윤도현이라면 그 돈을 기부하겠다'고 말해 저를 작게 만들었다"면서도 "근데 스포츠카는 샀다. 진짜 사고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 윤도현은 YB의 과거 해체 이유에 대해 "불화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이어진 반전은 해체 이후 음악을 그만두고 시골로 갔지만 귀가 얇아 3개월 만에 다시 복귀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며 그의 절친이자 특별출연한 방송인 김제동은 "귀가 너무 얇아 한 마디 말이면 윤도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거들기도 했다.
평소 그는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주로 진행이나 내레이션을 통해서였기 때문에 그의 개인사와 숨겨진 성격이 드러난 경우는 드물다. 윤도현은 이처럼 숨겨왔던 '귀요미' 매력을 '무릎팍도사'에서 맘껏 드러냈다.
무대 위 카리스마 로커 윤도현도 좋지만, 때로는 로맨티스트이고 속은 천진난만한 소년 같은 보통 사람 윤도현은 시청자들에게 반전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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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어장-무릎팍도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