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바보’ 양동근, 농구화에 새겨진 비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6.21 07: 06

프로농구 챔프전 MVP가 조국을 위해 농구화 끈을 묶었다.
남자농구국가대표팀의 캡틴 양동근(32, 울산 모비스)이 세계무대를 노리고 있다. 대표팀은 20일 진천선수촌에서 전자랜드를 상대로 실전테스트를 거쳤다. 대표팀의 앞 선을 책임지는 양동근, 김태술, 김선형 트리오는 40분 내내 상대를 압박했다. 대표팀은 전자랜드를 80-67로 물리쳤다. 
주장 양동근은 미련하리만큼 열심히 뛰었다. 유재학 감독과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사제지간 사이다. 그런 유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가 양동근이다. 원체 알아서 잘하는 선수다. 그래서 대표팀 동료들도 양동근을 잘 따른다. 김선형과 김태술도 양동근의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

요즘 양동근은 선수들을 데리고 ‘사우나 미팅’을 갖는다고 한다. 고된 훈련의 피로를 풀면서 후배들에게 가감 없는 조언을 해주는 것. 김선형에게 “넌 왼쪽이 약해! 그걸 못 풀면 형을 못 뚫어!”라며 돌직구를 날리는 식이다. 양동근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것보단 솔직하게 말해주는 편이다. 내 충고를 듣고 자극을 받으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선형이가 그걸 고쳐서 나오면 또 내가 그걸 막는다. 그래야 서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답도 승부사답다.
훈련을 하기 전 양동근은 농구화 한 켤레를 보물 다루듯 모셨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신었던 농구화라고. 태극마크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직접 주문한 제품이다. 또 딸 ‘지원(志源)’이의 한자이름을 직접 써넣었다. 양동근이 매 경기 열심히 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간 세계무대와 양동근은 유독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양동근은 대회직전 손목을 다쳐 러시아와 도미니카 공화국전에 뛰지 못했다. 특히 박빙이었던 도미니카전에서 김태술이 체력부담을 드러내 ‘양동근만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양동근은 “세계선수권 같은 대회는 은퇴 전에 꼭 나가고 싶다.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작년에 베네수엘라에서 손에 금이 가서 게임을 못 뛰었다.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1분을 뛰더라도 작년에 못했던 것까지 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이를 갈았다.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은 중국, 이란과 한 조다. 특히 이란전에서 양동근은 라이벌 마디 캄라니(31, 185cm)와 재대결을 앞두고 있다. 캄라니는 양동근에 대해 “활동량이 매우 좋다. 만날 때마다 아시아 최고가드라고 느낀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양동근은 “캄라니가 내 번호를 잘못 이야기했나보다. 하하. 이란 선수들은 어떤 선수들인지 다 안다. 하지만 붙어봐야 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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