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진출이 목표인데 A매치는 꿈도 못 꾼다.
한국농구의 변함없는 현실이다. 오는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 안에 입상해야만 2014년 스페인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농구는 목표에 어울리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구대표팀은 과거 태릉선수촌에서도 찬밥신세였다. 프로농구선수들은 연봉 수억 원을 받지만 아시아정상도 밟아본지 오래다. 이에 농구팀이 입촌하면 다른 선수들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태릉선수촌 체육관은 플로어상태가 좋지 않고 한여름 냉방도 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찜통 속에서 여자대표팀과 시간을 나눠 훈련했다.

이제 시설문제는 해결됐다. 지난해 완공된 진천선수촌은 최신시설을 자랑한다. 가만히 있으면 추울 정도로 에어컨이 빵빵했다. 체육관에서 걸어서 30미터만 가면 숙소다. 영양이 고려된 좋은 식단이 나온다. 훈련에는 최적의 장소다. 다만 첩첩산중인 선수촌주변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이 불편해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연습파트너가 없다는 점이다. 국가대표팀에는 최고선수들이 모두 모인다. 상식적으로 우리나라에 더 잘하는 팀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대표팀은 대학선발 등 한수 아래의 팀과 연습했다. 그마저도 상대를 구하기 어려웠다. 20일 전자랜드가 입촌하면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전자랜드는 20일 대표팀과 실전과 같은 평가전을 치러 유재학 감독을 만족시켰다. 그래도 다른 국가와 치르는 A매치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아시아선수권서 우리와 같은 조인 중국은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치른데 이어 자국에서 스탄코비치컵을 개최한다. 이란은 터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우리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두 팀은 더 수준 높은 팀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 2010년 대표팀은 2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두 차례 미국전지훈련을 소화했다. NBA명장 레니 윌킨스를 고문으로 앉히기도 했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 은메달이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엔 7월 대만 존스컵 참가가 전지훈련의 전부다. 존스컵은 참여경비를 모두 대만 주최 측에서 대준다.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는 “협회에 예산이 없어 A매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유재학 감독이 그렇게 운영계획서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유재학 감독은 울산 모비스를 우승시킬 때까지 자신이 대표팀 지휘봉을 맡을지 알 수 없었다. 전임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대표팀이 장기적 훈련계획을 제대로 짤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지난 3월 취임한 대한농구협회 방열 회장은 경기인 출신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도 대표팀에는 전임감독이 없고, A매치를 치를 여력도 없다. 방열 회장과 한선교 프로농구연맹 총재는 각각 19일과 20일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지원금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는 형식적 ‘보여주기’일 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 프로팀이라도 초청해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르도록 주선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다.
농구인들은 “올해 아시아선수권과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결과에 농구인기와 명예회복이 걸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내놓는 해결책은 전혀 없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투자도 하지 않고 좋은 성적만 바라는 것은 '놀부 심보'가 아닐 수 없다.
한 대표선수는 “행정지원은 협회에서 알아서 하시는 것이다. 선수는 묵묵히 최선을 다해 훈련에 열중하면 된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농구는 대체 언제쯤 제대로 준비를 해보고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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