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담장 밖으로 넘긴 타구의 비거리를 합치면 41.225㎞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다. 마라톤 정규 코스(42.195㎞)와 비슷한 거리다. 하지만 이승엽(37, 삼성)과 마라톤은 다르다. 마라톤은 정규 코스가 정해져 있지만 이승엽의 홈런 사냥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
이승엽은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회 1사 1,3루 상황에 들어섰다. 그리고 SK 선발 윤희상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7번째 홈런이자 프로 개인통산 352호 홈런이었다. 이로써 이승엽은 양준혁(전 삼성)이 가지고 있던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며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맨 꼭대기에 올렸다.
사실 늦은 감이 있는 대기록 달성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대기록이기도 했다. 1995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승엽은 일본 진출 전인 2003년까지 324개의 홈런을 쳤다.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이 수치는 얼마까지 올라가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일 통산 511개의 홈런을 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550개는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라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그럴까. 이승엽은 경기 후 “담담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제는 홈런을 칠 때마다 신기록이다. 이승엽의 기록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승엽은 아직 은퇴와는 거리가 먼 신분이다. 올 시즌 다소 부진하긴 하지만 여전히 ‘클래스’는 살아있다. 얼마든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량과 성실함이 있다. 이승엽도 “언제까지 야구를 할지는 모르겠다”라고 하면서도 “400홈런에 도전하겠다”며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400홈런은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고지다. 그리고 꽤 오랜 기간 후배들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현역 선수 중 300홈런 이상을 쳐낸 선수는 박경완(SK·314개)과 송지만(넥센·310개) 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홈런 추가 속도가 더디다. 40대에 이른 나이도 걸림돌이다. 김동주(두산·273개), 이호준(NC·251개)은 이승엽보다 1년 선배다. 현재의 차이를 생각했을 때 역시 이승엽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후배들도 있지만 이승엽과는 격차가 크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았던 이대호(오릭스·225개)는 현재 일본에 있다. 이승엽이 7년간 일본에서 활약했던 것처럼 이대호 또한 그와 비슷한 기간 동안 해외 생활을 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김태균(한화·207개)이 이승엽 기록에 도전할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평도 있지만 이승엽이 400개를 친다면 김태균도 40세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연평균 20개씩의 홈런을 쳐야 한다.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이승엽이 400개를 훌쩍 넘기는 기록을 남기고 배트를 놓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승엽은 최고의 자리에서도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는 선수였다. 우리나이로 30대 후반에 들어섰지만 모범적인 자기관리로 지금까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마흔을 넘어서까지 선수생활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제 전설이 탄생됐다면 그 전설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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