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NC 신구장 창원 야구인과 팬들이 나서야 한다’는 칼럼이 나간 후 진해에 사시는 한 팬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 분은 제 칼럼이 진해에 사는 NC 팬들을 불쾌하게 했다는 것과 진해 야구장이 교통, 홍보, 마케팅에 그렇게 부족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지난 번 제 칼럼이 진해에 거주하는 야구팬(NC팬)들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 의도는 진해를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창원시의 원칙없는 행정과 불투명한 야구장 입지 선정 과정 등을 제대로 잡기 위해선 한국야구위원회(KBO) 뿐만아니라 지역 야구계도 적극 나서야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실제로 야구장을 홈으로 쓰지도 않는 기구인 KBO가 왜 창원시를 상대로 소송 등 지리한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나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KBO가 창원시에 요구하는 사항은 한결같습니다. 당초 약속했던 조항대로, 그리고 신축구장 부지 선정과정을 공개해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KBO는 창원시가 어디에 야구장을 짓든 큰 상관은 없습니다. 오히려 창원시가 약속기한에 야구장을 신축하지 못하면 NC 다이노스가 야구장 신축 예치금으로 KBO 맡겨놓은 100억원이라는 거금을 그대로 KBO 기금으로 전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O는 기금이 될 수 있는100억원 보다는 NC 야구단의 자립기반의 토대를 위해서는 야구장이 입지가 좋은 곳에 약속기한 내에 건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사실상 NC의 대리전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기한내 완공약속과 진해 선정과정을 공개하라
창원시는 2011년 프로야구단 유치를 위해 엔씨소프트와 업무협약서를 체결하면서 2015년말까지 새야구장을 완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협약서는 엔씨소프트가 KBO에 창단 승인요청서를 제출하면서 함께 첨부했습니다. 야구장 신축관련 협약서 내용은 ‘창원시는 엔씨소프트 프로야구단의 전용구장으로 국제경기가 가능한 규모의 신축야구장을 창단 승인 후 5년 이내 건립을 지원한다’로 적시돼 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NC 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후인 2011년 10월 KBO는 창원시로부터 ‘신규 야구장 추진현황에 대한 공문’을 받았고 이 공문에는 각종 사전 절차를 포함해‘2013년 1월 착공-2015년 2월 준공’이라고 돼 있습니다.
원래 NC 창단 승인(2011년 3월) 후 5년 이내이면 2016년 3월까지이지만 창원시가 의욕적인 추진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이후 KBO는 2012년 3월 27일 'NC 구단 지원사항 추진 현황 공유 요청' 공문을 보내 마산구장 리모델링 현황 및 신규 야구장 로드맵의 차질 여부와 변경사항을 문의했습니다. 이에 창원시는 4월 9일자로 보낸 회신을 통해 마산구장은 2012년 퓨처스리그를 치르는데 문제가 없으며 'NC와의 약속 및 협약사항을 성실히 이행중'이라고 확답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2016년 야구장 준공은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으로 보입니다. KBO 고위 관계자는 “창원시가 신축부지로 선정한 구 진해육군대학 부지에 2016년 3월까지 야구장을 짓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관계부처의 의견이다. 당장 국방부도 대체부지와 관사가 완공되기전에는 육국대학 부지를 넘겨줄 수 없다고 한다. 관사 공사가 2년이 걸리고 그 때 야구장 부지를 넘겨주면 야구장 공사를 바로 해도 2016년 3월까지는 지을 수가 없다. 여기에 행안부, 문체부 등도 부정적인 견해”라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KBO는 창원시가 당초 약속했던 기한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인데다 입지선정 과정도 공개하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창원시는 입지선정과정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 KBO는 행정소송과 함께 타당성 자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입지가 좋은 곳 신구장-야구단 자립기반
KBO는 창원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들어가게 된 것은 비단 NC 구단 뿐만아니라 야구계 전체의 뜻임을 분명히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창원시의 새야구장 건립을 위한 싸움이지만 야구계 전체의 미래가 담겨져 있다는 얘기입니다.
2만5천석 안팎의 새로운 야구장은 프로야구단의 자립기반을 갖출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현재의 1만5천석 미만의 오래된 야구장으로선 박스석 등 고급좌석은 물론 식당, 용품판매처 등 상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구단 수입을 늘리는데 지장이 있습니다.
인천 문학구장이나 한창 건축중인 광주구장, 대구구장처럼 2만5천석 안팎의 새구장을 장기임대로 확보하면 프로야구단의 자립기반은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야구장에서 창출되는 수입과 중계권료 등으로 야구단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이 프로야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수요소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KBO가 창원시를 상대로 원칙과 약속을 지킬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원시와 진해구에 있는 팬들은 “왜 진해시가 안되냐”고 말하지만 경남도청, 창원시청 신축 후보지 등과 맞물린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야구단과 야구팬들을 위한 야구장 입지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KBO의 판단입니다. 도로 등 교통여건이 부족해 근접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KBO의 분석입니다.
◆창원시, 곤란한 처지인 연고구단 NC를 생각하라
KBO 관계자는 “당초 선정조사에서 11위에 불과했던 진해 육군대학부지가 최종선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창원시는 야구장 근접을 위한 터널, 도로 신설 등을 밝히고 있지만 그 시설들을 갖추려면 그야말로 수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결국 근접성이 떨어져 팬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야구장이 된다면 프로야구단이 홈구장으로 쓰기는 힘들다”면서 “창원시가 지금이라도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서 가장 적합한 곳에 야구장을 지었으면 한다. 창원시는 KBO가 마치 권력기관처럼 행동한다고 하는데 정말 우리가 그런 곳이라면 창원시에 소송을 제기하겠느냐”며 답답해 했습니다.
물론 야구장은 지역민들의 위한 문화여가시설입니다. 진해에 건축돼 진해야구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공정한 타당성 조사를 거쳐서 진해에 건축된다면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정과정을 정정당당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약속기한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작정 버티기만 하는 것은 떳떳해 보이지 않습니다.
KBO와 창원시가 계속 맞서고 있으면 결국 손해는 창원시를 홈으로 하는 NC 다이노스입니다. 기한내 신축구장이 완공되지 못하면 예치금 100억 원을 날리는 것은 물론 진해에 야구장이 건립돼 홈구장으로 쓰게 되면 도로 등 주변여건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수익활동이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원시의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