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스러운 기록은 아니다. 그렇다고 좋은 기록도 아니다. 올 시즌 리그 최다 사구(死球)를 기록하고 있는 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가 현역 단일 시즌 최다 사구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올 시즌 유난히 몸에 맞는 공이 많은 추신수는 21일(한국시간) 현재 19개의 사구를 기록 중이다. 자신의 단일 시즌 최다 사구 기록(2009년·17개)를 이미 뛰어넘었음은 물론 메이저리그(MLB)를 통틀어서도 가장 많다. 10개 이상의 사구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추신수를 포함해 세 명(추신수, 마르테, 윌링엄) 뿐이다. 추신수보다 적은 사구를 기록하고 있는 팀도 8팀이나 된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올 시즌 팀 사구가 12개뿐이다.
때로는 맞고서라도 나가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출루 한 번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이 아니다. 신시내티는 21일까지 74경기를 했다. 전체 160경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물론 추신수의 월별 사구 추이는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페이스대로라면 추신수는 올 시즌 41개의 사구를 기록하게 된다.

41개의 사구는 MLB 역사에도 남을 기록이다. 1900년 이후 단일 시즌 최다 사구 기록은 론 헌트가 가지고 있다. 1971년 50번이나 몸에 공을 맞았다. 2위는 1997년 크레익 비지오로 34개다. 추신수의 현재 사구 페이스는 헌트와 비지오의 중간쯤에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04년 크레익 윌슨이 기록한 30사구가 최다다. 지금 상황이라면 이는 무난하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선수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연속 20사구 이상을 기록한 체이스 어틀리(필라델피아)의 2008년(27개) 기록이 단일 시즌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시즌이 절반도 지나기 전 20사구 근처에 다다른 추신수이기에 이 기록 역시 경신이 가능하다. 현역 선수로 단일 시즌 20사구 이상을 기록한 10번째 인물이 될 가능성은 거의 100%를 향해 가고 있다.
불편한 진실이다. 몸에 공을 맞는다는 것은 출루율 향상 외에는 딱히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스트레스다. 추신수도 지난 19일 피츠버그전에서 경기 첫 공에 사구를 기록한 뒤 불편함을 호소했다. 몸처럼 군소리를 하지 않는 추신수가 밤새 통증이 심했다고 현지 언론에 털어놨을 정도다. 현지 언론은 추신수의 오른 무릎 아래에 사구의 흔적이 명확하게 남아 있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6월 들어 떨어진 타격감도 사구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추신수의 약점은 몸쪽이다. 투수들이 집요하게 추신수의 몸쪽을 파고들고 있다. 공이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오는데 한치의 동요없이 버티기는 쉽지 않다. 한 프로야구 선수는 “한 번 공에 세게 맞으면 다음 타석에서는 비슷한 코스에 공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피한다. 설사 자신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전력분석에서는 확연히 나타난다”고 증언했다. 추신수를 향한 걱정어린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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