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하게 더 야하게, 여가수가 벗는 이유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6.21 14: 29

[유진모의 테마토크] 경제시장에서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여성의 치마는 더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런데 요즘 가요계에는 걸그룹을 필두로 한 여가수들의 의상이 노출의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가요계 현황은 풍성한 상황. 가요계만큼은 이 경제의 미니스커트론이 통하지 않는다.
현재 가요계는 미니스커트 속에 감춰져있을 법한 스윔수트 혹은 팬티패션이 대유행이다.
 섹시패션이라고 하면 가요계의 대표 섹시아이콘 이효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월 3년만의 컴백앨범을 내놓은 이효리는 신곡 '미스코리아'를 통해 파격적인 스윔수트를 보여주고 있다. 미스코리아의 상징인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등장한 것.

 본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이비가 이효리와 비슷한 노선을 걷는다는데 이견을 보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비 역시도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낸 뒤 신곡으로 가요계 일선에 돌아오면서 스윔수트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비키니를 연상시키는 상하의에 흰색 레이스를 걸쳐 그동안 그녀가 줄기차게 강조해온 섹시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예 걸그룹의 선두주자 달샤벳도 신곡 '내 다리를 봐'를 내놓으면서 노래 제목처럼 스윔수트로 다리의 각선미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부 멤버는 허벅지에 태투를 붙이고 나와 대중의 시선을 더욱 다리로 쏠리게 하고 있다.
2NE1에서 솔로로 변신한 씨엘은 신곡 '나쁜 기집애' 무대에서 하얀 수영복을 연상케 하는 의상으로 '팬티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멤버 전원의 키가 170cm를 넘어 '모델돌'로 불리는 나인뮤지스가 섹시컨셉트에서 빠질 리 없다. 뭘 입어도 섹시할 수 밖에 없는 그녀들은 '와일드' 뮤직비디오에 블랙 란제리룩으로 등장했다. 티저 영상은 19금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야하다.
군통령'으로 통하는 라니아는 신곡 '저스트 고'에서 살색 타이즈 위에 시스루를 덧입는 레이어드 패션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시를 느끼도록 했다. 특정 부위가 살색으로 보여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낳았다.
걸스데이는 액세서리 포인트로 섹시함을 돋보이게 했다. '기대해'를 부르며 몸매의 볼륨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타이트한 의상과 보색 대비를 이루는 컬러의 멜빵으로 남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노래 제목처럼 뭔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애프터스쿨은 '첫사랑'을 부르며 벗는 것보다  더 야한 걸치는 의상을 보여줬다. 고광택 팬츠로 각선미를 강조하는 가운데 폴댄스로 밤무대의 판타지를 제공했다.
 그런가 하면 투개월 출신의 김예림은 팬티같은 수영복이 아니라 아예 속옷을 티저영상에서 공개하며 가장 수위가 높은 노출로 화제에 올랐다.
 김예림은 최근 공개한 미니음반 '올라이트'의 티저 영상에서 완벽한 속옷차림으로 등장했는데 제작자 윤종신은 신곡이 각종 차트를 휩쓸자 '작전이 성공했다'며 만족해 하고 있다.
 걸그룹 등의 여가수가 방송심의 위원회나 방송사 자체 규정에서 금하는 규율을 비켜가는 방법으로 자꾸만 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각에서는 대세로 보기도 한다. 더구나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적 이념에 근거해 그들의 표현방식을 규제할 방법이나 이슈는 없다.
 그들의 노출의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첫번째는 곡의 내용을 퍼포먼스로 잘 표현해내기 위함이고 그것이 아닐 때는 무조건 노이즈마케팅을 이용한 화제성을 불러일으킴으로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김예림 측은 '올 라잇'의 노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여자의 방을 표현하느라고 속옷 차림의 여자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장면을 내보냈다고 하지만 여자의 방에서 여자가 속옷차림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것만은 아니다. 누가 봐도 노이즈마케팅의 일환이다. 더구나 '올 라잇'의 가사에서 선정적인 내용이나 여자의 침실에 관한 얘기는 전혀 없다.
이효리의 '미스코리아'의 경우 미스코리아를 표현하기 위해 미스코리아라면 으레 입는 원피스 스윔수트를 입은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스코리아의 이미지는 굵은 웨이브로 한껏 부풀린 헤어스타일과 화려한 드레스도 있다. 굳이 스윔수트를 선택한 게 노이즈마케팅을 염두에 전혀 두지 않았다고 확신하기 힘들다.
 결국 여가수 본인이나 소속사는 신곡을 보다 더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특단의 수를 쓰는 것이다. 걸그룹 등 여자가수 대부분이 남자 팬들에게 소비되는 1차적 이미지는 섹스어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녀들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부각시켜 남성들의 상상력과 판타지를 자극함으로써 인기를 얻고 화제선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뮤직비디오나 무대의상이 남성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고 그녀들이 자꾸만 야해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적 맥락에서 보거나 작가적 창작정신 측면에서 바라볼 때 그들의 노출을 비난하거나 제지할 수는 없다. 게다가 그들의 노출을 즐기는 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퍼포먼스가 자주 등장하고 더욱 강렬해질수록 가수의 음악성은 상대적으로 퇴보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여가수를 제외한 걸그룹과 다수 여가수의 음악이 소비성만 강조될 뿐 깊이가 떨어진다는 평가에 대해 손사래를 칠 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가사는 말랑말랑하다 못해 유치할 정도며 멜로디는 반복구를 통해 주입식 세뇌에만 열중할 뿐 진정성과 깊이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런 가벼운 음악을 더욱 쉽고 강렬하게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은 비주얼효과다. 그래서 여가수는 벗을 수 밖에 없고 음악성을 음미하고 싶은 적지 않은 대중은 당장 눈앞의 유혹에만 현혹돼 소비성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는 가벼운 즐거움 밖에는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팝계에서 일찍부터 팬티를 노출한 대표적인 가수는 마돈나다. 하지만 다수의 대중은 그녀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스물 몇 살 연하의 남자랑 스캔들을 일으킨다는 화제에는 밝지만 정작 그녀의 노래를 애청하거나 애창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섹시 이미지를 전혀 강조한 바 없는 휘트니 휴스턴이나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은 아직도 최고봉으로 평가받으며 애청되고 있다. 섹시는 짧고 음악성은 길다.
 신음소리 음악으로 대표되는 'Love to love you baby'로 유명한 도나 서머는 아예 드러내놓고 성관계를 노래 속에서 표현했지만 결코 음악성이 가볍다고 평가절하 된 적이 없다.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디스코의 여왕으로 군림 중이다. 섹시가 결코 나쁘지 않은 좋은 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도나 서머는 나오지 않고 있다. 벗지 않고 음악으로 섹시할 수도 있고 그 음악의 음악성이 담보된다면 금상첨화다. 벗는 게 능사가 아니고 그것만이 남자의 병적인 판타지를 만족시킬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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