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불펜… SK·롯데, 승자는 없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21 22: 15

SK는 이기고도 찜찜함을 남겼다. 진 롯데는 더 큰 충격이었다. 경기는 흥미로운 끝내기 승부로 끝났지만 과정 자체는 두 팀 모두 만족스럽지 않을 법했다.
SK와 롯데는 21일 문학구장에서 엎치락 뒷치락하며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롯데가 전준우의 3타점 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앞서 나갔으나 SK도 7회 3점을 뽑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롯데가 8회 1점을 얻으며 승리를 목전에 두는 듯 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한 SK가 9회 2점을 뽑아내며 마지막에 웃었다.
그러나 이긴 SK도 문제는 있었던 경기였다. 올 시즌 들어 고질병이 된 불펜이 또 버티지 못했다. SK는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세든에 이어 8회 박정배가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전준우에게 2루타를 맞긴 했으나 박종윤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뒀다.

그런데 여기서 롯데가 대타 박준서를 냈다. 최근 결승타의 사나이로 등극한 박준서는 타격감이 좋은 상태다. 하지만 2사 상황이었고 박정배의 구위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여기에 SK는 불펜에 쓸 수 있는 카드들이 남아 있었다.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하지만 SK 벤치의 선택은 고의사구였다.
다시 롯데가 좌타인 김대우를 대타로 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박정배는 심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전까지는 나쁘지 않았던 제구가 흔들렸고 과감한 승부를 하지 못하며 볼넷으로 김대우를 내보냈다. SK는 부랴부랴 마무리 박희수를 올렸지만 2사 만루의 상황이 부담되기는 박희수도 마찬가지였다. 딱 공 하나가 문제였는데 그것이 이승화를 상대로 던진 초구였다. 제구가 되지 않으며 몸에 맞았다. 밀어내기였다.
하지만 롯데도 이런 SK의 불펜 불안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 롯데 역시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롯데는 7회 유먼이 4안타를 집중적으로 맞고 동점을 허용하자 정대현을 올렸다. 정대현은 1⅓이닝을 잘 막으며 승리투수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9회 마지막 수비가 문제였다. 수비가 흔들렸고 그간 잘 던졌던 마무리 김성배는 수호신 몫을 하지 못했다.
롯데는 9회가 되자 왼손 이명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좌타 박정권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유격수 머리 위로 향한 직선 타구를 박기혁이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모든 것이 꼬였다. 안타로 기록되기는 했지만 아쉬운 타구였다. 이후 롯데는 김성배를 마운드에 올렸으나 흐름은 미묘하게 SK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SK는 나주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고 정상호가 김성배의 초구를 노려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후 심리적으로 위축된 김성배를 상대로 정근우가 끝내기 KO 펀치를 날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두 팀 모두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밤 사이의 고민을 남긴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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