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유희관, “신인왕 욕심 없다면 거짓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6.22 10: 30

“마음에 드는 별명이요? 유희왕. 그 별명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왕이니까”.(웃음)
대학리그 최고 투수로 활약하고도 느린 직구 구속으로 인해 저평가되어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받았고 오랫동안 2군에서 뛰어야 했다. 군 복무 2년까지 포함한 오랜 기다림 끝 그는 스스로 기회를 잡고 신인왕 경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70km대 흑마구 커브를 던지는 좌완 ‘유희왕’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포부를 이야기했다.
2009년 장충고-중앙대를 거친 유희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차 엔트리에 아마추어 쿼터로 이름을 올렸으나 결국 최종 엔트리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느린 직구 구속으로 인해 대학리그 최고 투수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게 2라운드 6순위로 입단했고 첫 2년 간 21경기 16⅔이닝의 기록을 남긴 뒤 상무 입대했다. 상무 복무 2년 간 군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유희관에게는 개막 엔트리 포함, 1군 붙박이 출장이 모두 처음이다.

올 시즌 유희관의 성적은 23경기 3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70.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18에 피안타율 2할1푼8리로 뛰어나다. 생애 최고 구속이 137km로 체감 2~3km 이상의 효과를 주는 좌완의 이점을 감안해도 느린 편. 그러나 유희관은 안정적인 제구력과 배짱, 그리고 70km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초슬로커브 등을 구사할 줄 아는 기교파 좌완이다. ‘직구가 느려서 선발로 괜찮을까’라는 팀 내 우려도 불식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로 나선 유희관은 7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3개)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2-0으로 앞선 8회초 정재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2009년 데뷔 이래 가장 뛰어난 선발 쾌투였다. 그러나 정재훈이 1실점한 이후 마무리 홍상삼이 정훈에게 1타점 동점 좌전 안타를 내주며 2-2가 되어 유희관의 승리 요건도 날아갔다.
“지난번 사직 롯데전(5월 28일 5⅔이닝 5피안타 5실점, 데뷔 첫 패배) 패배가 있어서 집중하고 던졌어요. 오랜만에 나와서 몸이 무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선발로 뛰니 체력관리도 잘 되고 4일 휴식의 여유도 있더라고요. 물론 잘 던져야 나흘이 편하겠지요. 승리 날아간 일이요? 제가 못 이긴 것은 괜찮아요. 저도 계투를 했으니까. 계투 요원들이 막아내려다가 생긴 실점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
가끔씩 유희관은 70km대에 불과한 초슬로커브를 던져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도 한다. LG 박용택이 이 공을 보고 ‘이게 뭐야’라며 헛웃음을 지은 일도 있었고 삼성 김상수, 롯데 조성환 등 각 팀의 주력 타자들도 유희관의 ‘전기자동차급 스피드’의 초슬로커브를 직접 체험했다. 2000년대 후반 지바 롯데에서 뛰던 고미야마 사토루가 80km대 ‘쉐이크’라는 느린 변종 구종을 던지기도 했으나 고미야마는 쉐이크를 던질 때 거의 서서 던졌다. 반면 유희관의 초슬로커브는 직구를 던질 때와 똑같은 투구폼에서 나온다.
“아마추어 때도 던지기는 했었는데 많이 던지지는 않아요. 너무 많이 던지면 자칫 타자를 상대로 장난을 친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잖아요. 그저 타이밍을 뺏기 위해서 주자 없을 때 던질 뿐입니다”.
현재 신인왕 경쟁은 신생팀 NC의 주축 선수들인 나성범, 이재학, 이태양 등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LG의 상승세를 이끈 ‘문천재’ 문선재, KIA의 2년차 좌완 임준섭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유희관도 그 경쟁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르는 중. 아무래도 NC 선수들 중 신인왕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유희관도 신인왕 후보로서 충분히 이슈가 될 만 하다.
만약 유희관이 신인왕 타이틀을 수상한다면 좌완으로는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LA 다저스) 이후 7년 만이며 2011년 신인왕 배영섭(삼성, 당시 만 25세)의 기록을 뛰어넘는 최고령 신인왕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공식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신인왕 투수로는 역대 최저 구속 보유자 기록도 가능하다. 시즌 개막 전 ‘신인왕 한 번 도전해보자’라는 농을 던지자 ‘경기부터 나가야지요’라고 웃었던 유희관에게 신인왕 타이틀에 대해 다시 물어보았다.
“솔직히 욕심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아주 약간이랄까.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아무래도 NC 선수들 쪽으로 신인왕 타이틀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한 시즌을 치른 결과가 좋다면 타이틀이 따라오겠지요. 지금은 그냥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치르는 것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결국 계투 요원들의 고생이 더 커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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