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야구는 선발놀음이라고 한다.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투수들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올해는 불펜놀음이 되고 있다. 각 팀 선발진이 엇비슷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불펜의 격차는 커졌기 때문이다.
치열한 순위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올 시즌의 키포인트는 역시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21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1~4위의 팀들은 모두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LG(2위, 3.55), 삼성(1위, 3.73), 롯데(3.85, 5위), 넥센(4.34, 3위)이 주인공이다. 반대로 평균자책점 최하위 한화( 5.77)는 전체 성적에서도 최하위고 8위 두산(4.88), 7위 NC(4.51) 또한 고전 중이다. 두산은 팀 타율 1위(.285)임에도 마운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시즌 운영에 있어 방망이는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운드는 상대적으로 그 기복을 덜 탄다. 지난해에도 팀 평균자책점 1위부터 4위까지의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올해는 약간의 특이사항이 있다. 선발투수보다는 불펜투수 성적에 따라 순위가 갈리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현재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LG(3.00)는 지키는 야구가 되면서 지난해보다 한결 나은 힘을 뽐내고 있다. 경기 막판 역전승이 많은 것은 타자들의 집중력도 중요하지만 불펜이 추가 실점을 하지 않는 덕도 크다. 불펜이 내준 점수를 타자들이 따라가다 끝내 경기에서 졌던 지난 몇 년간의 LG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선두 삼성도 구원투수진은 여전히 괜찮다. 평균자책점 3.44로 LG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도 초반 부진했던 불펜이 제 몫을 하면서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3.57로 3위다. 최근 부진하긴 하지만 넥센 또한 초반 상승세의 원동력 중 하나가 불펜의 분전이었다. 현재 4.56의 구원투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4위에 올라있다.
반대로 불펜이 약한 팀들은 나란히 하위권에 처져 있다.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7~9위 팀들인 SK(5.22), 한화(5.50), NC(6.04)는 시즌 성적에서도 최하위권이다. 특히 NC는 선발 평균자책점이 1위(3.73)임에도 불구하고 불펜 난조로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불펜 전력이 확연히 약해진 SK도 마찬가지다. 경기 막판 힘 싸움에서 밀리는 경기가 많아 애를 먹고 있다.
이처럼 불펜 싸움은 시즌 막판까지 팀 성적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불펜 전력의 격차를 쉽게 만회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선발진의 전력차도 줄어들었다. 선발 평균자책점 1위 NC부터 7위 넥센(4.10)까지의 격차는 0.47에 불과하다. 누가 확실히 낫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양상이 심화될수록 불펜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펜을 잘 두들기는 것도 중요해졌다. LG가 이를 증명한다. LG는 주로 불펜투수들을 상대하는 7~9회 팀 타율이 2할9푼6리에 이른다. 리그 최고다. 마운드 지표가 좋지 않은 KIA의 상승세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구원투수 상대 팀 타율이 2할9푼2리다. 내주는 점수도 많지만 그만큼 상대로부터 얻어내는 점수도 많다는 뜻이다. 넥센(.294)과 삼성(.283)도 구원투수를 상대로 강한 팀이었고 이는 성적표로 연결되고 있다. 경기 막판이 화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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