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부진했던 기억은 이제 싹 지워도 될 것 같다. 6월 들어 말 그대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전준우(27, 롯데)가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우뚝 설 기세다.
전준우는 2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원맨쇼를 선보였다.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했다. 5번 타순에서 해결사 몫도 톡톡히 했다. 홀로 3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 득점 생산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팀 공격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팀은 9회 정근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지긴 했지만 전준우의 활약상은 단연 빛났다.
단순한 한 경기 성적이 아니다.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부터 최근 3경기 연속 3안타를 쳤다. 좀 더 시선을 확대해보면 9경기 연속 안타고 이 기간 중 6경기가 멀티히트였다. 6월 16경기 타율이 무려 4할4리(57타수 23안타), 장타율은 6할3푼2리에 이른다. 전준우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도 승리를 쌓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금 추세라면 월간 MVP를 노려봐도 될 성적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해결 능력이다. 전준우는 6월 한 달 동안 홈런 2개와 14타점을 수확했다. 득점권에서도 강했다. 득점권 타율이 4할7푼1리다. 두 번의 기회 중 한 번은 꼭 살렸다. 전준우가 더 뚜렷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이유였다. 6월 들어 5번이나 6번에 고정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전준우의 이런 해결 능력은 팀 득점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시즌 초반 중심타선의 빈타에 고전했던 롯데의 아킬레스건도 서서히 치유되고 있다.
사실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음고생도 적잖았다. 전준우는 4월 타율이 2할4푼7리에 그쳤다.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후유증이 없을 수 없었고 타순도 자주 바뀌었다. 전준우는 4월 한 달 동안 1·4·5·6번을 오고 갔다. 벤치도,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중심타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여러모로 어깨 위에 있는 짐이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시즌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기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준우는 기본적으로 공·수·주를 모두 갖춘 외야수다. 이런 전준우가 살아난다면 타선은 물론 팀 전력의 중심도 든든하게 잡힌다. 한 가지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6월 들어 전준우가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3경기에서 롯데의 평균 득점은 1.3점에 불과했다. 팬들의 입에서 ‘전트란’이라는 말이 많이 나올수록 롯데의 승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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