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왜 이리 안 맞냐!”
21일 문학 롯데전을 앞둔 SK의 연습 시간이 일순간에 괴성(?)으로 뒤덮였다. 덕아웃에 있던 이만수 감독 및 코치들, 그리고 취재진의 시선이 모두 한 곳으로 향할 정도였다. 그 시선의 끝에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배팅볼을 치고 있는 최정(26, SK)이 있었다.
배팅볼을 칠 때 선수들이 가벼운 ‘추임새’를 넣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타격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가벼운 정도에서 끝난다. 최정처럼 분노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선수는 극히 보기 드물다. 그런데 올 시즌 최정은 배팅볼을 칠 때 이런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주로 빗맞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가 그렇다.

최정은 “안 맞아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그냥 장난으로 그러는 것”이라고 웃으며 해명했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다르다. 단순한 배팅볼이라도 공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정은 항상 완벽을 추구하는 선수다. 배팅볼을 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했다. 이만수 감독도 잘 알고 있는 까닭일까. 이를 지켜본 이 감독은 아무말없이 그저 흐뭇하게 웃기만 했다.
그렇게 최정(26, SK)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타격 전 지표에서 상위권에 포진하며 다관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정은 21일 현재 54경기에 나가 타율 3할3푼7리(리그 1위), 65안타(공동 6위), 16홈런(1위), 47타점(3위), 42득점(4위), 장타율 6할4푼8리(1위), 출루율 4할5푼8리(2위)를 기록 중이다. 타격 전 지표에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도루도 8번이나 성공했다. 못 하는 것이 없다. 만능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물론 최정은 2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다. 국가대표팀 3루수이기도 하다. 원래부터 잘 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혹자들은 최정의 재능이 올 시즌 폭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능만으로는 올 시즌 맹활약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야구에 대한 고민이 많은 이 ‘소년장사’의 투지를 무시할 수 없다.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근성은 재능과는 또 다른 무기다. 어쩌면 특유의 근성이 재능을 깨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때마침 테니스공 훈련이 끝났다. SK는 최근 타자들의 동체시력 향상을 위해 숫자가 적힌 테니스공을 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던져주는 공의 숫자를 외치면서 타격을 하는 방식이다. 딱딱한 훈련 분위기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최정은 이 훈련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최경환 타격코치도 수석 장학생을 묻는 질문에 “역시 최정이 가장 잘한다”라고 했다. 재능과 근성.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최정이 역대 최고의 시즌을 열어젖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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