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아빠' 박준서의 마지막 욕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22 10: 15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그 어떤 프로선수에게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주전으로 도약하는 선수와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수가 갈린다. 박준서(32, 롯데)는 전자를 쫓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경기를 즐기기로 한 박준서의 방망이가 연일 날카롭게 돌아가고 있다.
박준서는 지난 두산과의 주중 2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19일 경기에서는 5-5로 맞선 6회 1사 1,3루에서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0일 경기에서도 영웅이었다. 8회와 9회 두 차례 타석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고른 박준서는 2-2로 팽팽히 대치한 연장 11회초 1사 2루에서 또 다시 중전 적시타를 때려 이틀 연속 결승타를 움켜쥐었다. 팀의 연승에 자신의 이름을 가장 크게 새겨넣었다.
흥미로운 것은 두 경기 모두 박준서가 교체로 출장했다는 사실이다. 19일 경기는 대타로 결승타를 때렸고 20일 경기에서도 대타로 100% 출루했다. ‘대타’ 박준서의 활약은 사례가 더 있다. 5월 28일 두산전에서도 대타로 나서 2타점 결승타를 날렸고 지난 12일 사직 넥센전에서도 8회 2사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렸다. 대타 결승타만 세 차례다.

이에 대해 박준서는 겸손해 했다. 박준서는 2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솔직히 타격감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배트가 밀리고 있다. 잘 맞은 타구가 없다”면서 “코스가 좋거나 먹힌 타구가 안타가 되고 있다. 운도 많이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있다 대타로 나서 안타를 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박준서는 “선발은 4번의 기회가 있지만 대타는 한 타석에 올인해야 한다. 특히 더 집중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물론 현재 상황이 썩 달가운 것은 아니다. 박준서의 마음 한 구석에도 주전에 대한 욕망은 꿈틀거린다. 박준서는 “어떤 선수가 대타에 만족하겠느냐. 13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하기도 했다. 그리고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박준서는 “작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뒤에 나가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욕심은 내려놨다. 박준서는 “작년에는 야구를 재밌게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에는 그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더 잘하고 싶고, 또 주전으로 나서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런 욕심은 성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작년의 마음가짐을 되찾았다. 박준서는 “되든 안 되든 즐기자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했다. 항상 표정이 밝다. 긍정적인 자세 속에 자신감도 샘솟는다.
박준서는 오는 12월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다. 첫째는 야속하게도 박준서의 응원가를 잘 모른다. 박준서는 “오직 강민호 응원가다. 강민호 응원가에 내 이름을 넣는다”라고 껄껄 웃었다. 물론 둘째도 그러기를 원하지는 않는 박준서다. 그러려면 더 잘해야 한다. 투지가 남다른 이유다. 그리고 3시간 뒤. SK는 8회 또 다시 대타로 들어선 박준서를 고의사구로 걸렀다.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는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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