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대표작이 바뀌었고, 한 명은 위기를 넘고 재기에 성공했다. 그 바탕에는 '대체불가능'이란 그들만의 무기가 있다. 방송인 김병만과 김구라다.
김병만은 현재 방송 중인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그를 영원히 따라다닐 것만 같던 '달인'이란 수식어를 떼어냈다. 이제는 '달인'보다 '병만족장'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그다.
'정글의 법칙'이 한 회 한 회 늘어갈수록 김병만의 얼굴은 점점 야위고 몸은 더욱 다부져진다. 신체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은 그 만큼 '정글의 법칙'이 정신적-육체적 에너지 소비가 상당한 프로그램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글의 법칙=김병만'이란 등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김병만을 개그맨이란 타이틀로 한정짓기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멤버들을 이끄는 김병만에게도 SBS '정글의 법칙'은 예능 그 이상일 것이 분명해보인다.
지독한 고산병을 앓으면서도 부원들을 위해 집을 짓고 매번 기상천외한 재료들로 다양한 먹방을 제공하며, 저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나 싶을 정도로 나무를 잘 타고, 온갖 생존기술에 능하다. 게스트로 참여한 배우 정준은 이런 그를 두고 "진짜 형한테 카메라를 붙여 풀로(전체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고스란히 나가면 '저 사람이 미쳤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라고 전한 바 있다.
김병만은 이 프로그램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몇 년 더 해야지'란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 다음 편을 못할 수도 있다. 근데 그 기회가 있을 때 결과가 좋으면 그 다음으로 간다. 일단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내가 열 발짝 백 발짝 보면 까마득해서 못한다"고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만이 아닌 '정글의 법칙'은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불가능하다. '달인'으로 '김병만 밖에 할 수 없음'을 만들어낸 그가, 다시한 번 대표작을 바꾸면서 전보다 센 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다른 한편에는 다른 방식의 대체 불가능함이 있다. '독설 저격수' 김구라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치부에 돌직구를 던지면서 유머를 잃지 앟는 그는 결국 '입' 때문에 데뷔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과거 종군 위안부 발언이 다시금 파장을 일으키면서 그의 대표작인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하차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구라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라 우려도 잠시. 그는 종편 JTBC 토크쇼 '썰전'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다시금 궤도에 올라섰다.
그 배경에는 그를 원하는 대중의 욕구가 있고, 이는 곧 김구라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독설은 안 된다는 것과도 같다. 김구라는 지상파 토크쇼가 약세인 틈을 타 거침없는 발언이 오가는 '썰전'을 통해 본인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고, 이는 그가 친정인 '라디오스타'로 복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요한 것은 김구라는 변치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이를 인지하고 있듯, '라디오 스타'에서 "독설이 많이 죽었다. 착해져서 상대방의 약점이나 치부가 보여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다는 MC 윤종신의 선제공격에 "난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거칠어졌다"며 더욱 독하고 강력해진 독설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른바 방송 '독설계'에는 이경규, 박명수 등의 개그맨들이 있지만 김구라는 그들과는 차별되는 '독설의 기술'을 가졌다. 정치 현안과 미디어 비평을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로 '썰'을 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 같은 프로그램이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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