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가 시청률 정상을 지키며 승승장구하는 비결에는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는 7인의 배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재, 조성하, 유동근, 정혜영, 유연석, 이유비, 성준 등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다채롭게 표현하며 드라마의 감동과 재미를 높였다.
일단 이성재는 셀 수 없이 수많은 악행들을 저지르면서도 단 한 번의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절대 악인’ 조관웅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서슬 퍼런 독기가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눈빛과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표정, 비열한 말투 하나하나까지 잊힐 수 없는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 극에 다다른 울분을 폭발시키는 이성재의 연기는 단연코 압권이었다는 평가다.
조성하는 초야에 묻힌 채 무형도관에서 제자들과 하나뿐인 딸 담여울(수지 분)까지 무예교관으로 길러낸 담평준 역을 맡아 품위 있는 자태를 그려내고 있다. “강하다는 건 뜨거운 정의와 냉철한 의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일이다”라는 담평준의 대사에서 보여지는 정의로움이 묵직한 조성하의 연기와 맞물리면서 최고의 캐릭터를 이끌어냈다.

유동근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관록의 명연기로 ‘구가의 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특유의 근엄한 목소리와 자애로움부터 책임감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는 중후한 카리스마가 빛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냈던 유동근의 한줄기 눈물은 시청자들을 무장해제 시키며 위용 있는 명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춘화관의 우두머리 기생 천수련 역을 맡은 정혜영은 우리가 기생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리게 만들었다. 기녀란 단순히 양반들에게 술을 따르고 웃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예기(藝妓)가 되면 여자도 자신의 꿈을 만들고 노력해서 이뤄갈 수 있다는 것을 강직한 연기로 보여줬던 것. 각종 정보를 수집하며 4군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정혜영의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곧은 성품의 천수련 이미지를 확고하게 완성시켰다.
유연석은 ‘구가의 서’를 통해 번뇌와 눈물, 반듯한 따뜻함과 미소 그리고 충직한 의로움 등 다채로운 감정을 표출했다. 특히 절친 이승기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이성재의 암시에서 벗어난 후 180도 달라진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던 것. 무엇보다 유연석은 유동근의 지시로 적진 이성재의 백년객관에 침투, 흔들림 없는 표정과 무덤덤한 말투로 완벽한 스파이의 모습을 그려내 호응을 얻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기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공허함부터 억울함까지, 이유비는 박청조와 다름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하나뿐인 오빠 유연석을 살리기 위해 이성재에게 첫날밤을 바친 후 눈물을 거두고 독기로 무장한 이유비는 춘화관 제일 기생 월선(손가영 분)을 쥐락펴락할 만큼 강단 있는 모습을 그려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성준은 극중 담여울의 호위무사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그녀를 지키는 ‘그림자 사랑’의 표본이었다. “그저 여울 아씨의 그림자일 뿐이니까요, 염려는 할 수 있지만 선택은 저의 몫이 아닙니다”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으로 더 큰 애달픔을 표현했던 성준은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만보며 큰 호응을 얻었다. 담여울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뒷모습만을 지켜보는 성준의 눈빛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제작사 박태영 제작총괄PD는 “이성재, 조성하, 유동근, 정혜영, 유연석, 이유비, 성준 등 7명은 ‘구가의 서’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준 일등공신들”이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배우들로 인해 극적 재미가 배가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2회 동안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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