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선수권을 겨냥한 한국대표팀의 윤곽이 나왔다.
남자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21일 진천선수촌에서 치른 인천 전자랜드와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16명의 예비엔트리를 13명으로 줄였다. 경험이 가장 적었던 포워드 기승호(LG), 문성곤, 이승현(이상 고려대)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3명의 선수명단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가드진이다. 유 감독은 6명을 가드진으로 꾸렸다. 이승준과 문태영 중 한 명이 제외되는 것을 감안할 때 선수단의 절반이 가드인 셈. 높이의 스포츠 농구에서 신장이 작은 가드가 가장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라이벌 중국, 이란과 비교할 때 높이의 열세가 자명하다. 똑같은 전략으로 맞붙으면 이길 수 없다. 이에 유재학 감독은 40분 내내 풀코트 압박수비를 펼칠 수 있는 농구를 구상하고 있다. 대표팀은 양동근-김선형-김태술로 구성된 프로농구 최고포인트가드를 보유하고 있다. 세 선수는 서로를 의식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박찬희(190cm), 김민구(191cm) 장신가드들이 파트너로 나서 무한 수비로테이션에 가담한다. 특히 1~2번이 모두 가능한 박찬희는 전술의 핵심이다. 김민구는 동아시아선수권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는데 일조한 활약을 인정받았다. 3점슈터 조성민의 경우 아직 몸이 무거운 편이다.
압박은 상대가 인바운드패스를 넣기 전부터 시작됐다. 두 명의 가드가 풀코트에서 전방위 압박을 펼치자 박성진과 정영삼은 공격코트로 넘어오기도 버거웠다. 겨우 하프코트를 지나면 윤호영 등 포워드진이 2차 함정수비로 저지선을 형성했다. 김주성 등 센터진은 리바운드를 사수하고 이를 속공으로 연결한다. 혹여 득점을 허용하면 이승준과 김종규까지 나서 상대를 압박했다. 그야말로 전원이 풀코트 압박이다.
압박수비는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체력 좋기로 소문난 양동근도 10분 이상 투입되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를 위해 유재학 감독은 빠른 로테이션을 통해 계속 선수를 바꿔주고 있다. 대신 조금만 요령을 피워도 불호령이 떨어진다. 열심히 뛰지 않으려면 나오라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개념의 포지션도 없다. 때론 박찬희, 김선형이 리딩을 맡고 포워드 윤호영, 문태영이 리바운드에 적극 참여한다. 김주성과 이승준이 전략적으로 외곽슛을 던지는 경우도 많다.
유재학 감독은 “아무래도 높이에선 우리가 불리하다. 백코트의 활동량으로 커버해야 한다. 그래서 가드 6명을 뽑는 것이다. 센터들은 발이 느려 수비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장 양동근은 “감독님이 앞 선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신다. 가드들끼리 모여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대표팀 뒷 선은 ‘동부산성’이 책임진다. 원조멤버인 김주성-윤호영이 재회했고 이승준이 가세했다. 수비범위가 넓고 블록슛타이밍이 좋은 윤호영과 김주성은 가드들에게 없는 높이를 책임진다. 김주성은 빅맨들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맡고 있다. 누가 투입돼도 김주성과는 호흡이 매끄럽다. 그만큼 경험이 많고 노련하다. 처음 맞춰본 이승준-윤호영 조합도 괜찮은 편이다. 가드와 빅맨을 잇는 윤호영은 전천후 플레이로 가교역할에 충실하다. 여기에 김종규와 이승준은 최고높이를 자랑하는 빅맨조합이라 유재학 감독의 고민을 깊게 한다.
이종현이 23일 합류하는 대표팀은 24일부터 정예멤버로 전자랜드와 다시 맞붙는다. 가드진은 이미 베스트멤버다. 유재학 감독은 이승준의 높이와 문태영의 다재다능함 중에서 저울질을 할 전망. 대표팀은 오는 7월 존스컵까지 13인 체재를 유지한 후 최종 1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남자농구대표팀 13인 명단
가드: 양동근(모비스), 김태술(KGC인삼공사), 김선형(SK), 박찬희(상무), 김민구(경희대), 조성민(KT)
포워드: 문태영(모비스), 윤호영(상무), 최부경(SK)
센터: 김주성, 이승준(이상 동부), 김종규(경희대), 이종현(고려대)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