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들의 귀요미, 꽃미남 간첩 그리고 이현우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6.22 17: 53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의 인기가 뜨겁다. 영화의 인기만큼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인기 또한 식을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아니, 주인공들의 매력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켜줬다고 말해도 될 정도다. 그만큼 ‘은밀하게 위대하게’ 속 세 명의 배우들은 연기면 연기, 액션이면 액션 모두 제 몫을 해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막내 이현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김수현, 반항적인 박기웅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성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스로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현우에게는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특유의 풋풋함이 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매력에 여성관객들은 자신의 첫사랑을, 귀여운 남동생을 떠올리며 열광한다. 6월 중순 합정동의 OSEN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우는 자신과 영화를 향해 쏟아지는 팬들의 뜨거운 관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영화의 인기를)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시사회 현장의 무대인사에서예요. 형들이랑 같이 다닐 때 정말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시고 좋아해주세요. 그런 데서 오는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걸 많이 느끼겠더라고요. 정말 감사해요.”

이현우는 북한 남파특수 공작 5446부대 세 명의 최고 엘리드 요원이 서울의 한 달동네에 파견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남한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최연소 남파간첩 리해진 역을 맡았다. 극 중 리해진은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최연소 조장 타이틀을 따낸, 나름대로의 강단과 독기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웹툰 원작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캐릭터들의 높은 싱크로율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 이현우 역시 장철수 감독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오디션을 거쳐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평소에 웹툰 원작을 네 번이나 읽었을 정도로 팬이었어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 드릴 정도로 기뻤고요. 감독님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그는 “나의 장점보다 부족한 점이 더 잘 보여서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는 목표에는 도달한 것 같아 좋다고.
“아무래도 제가 나온 영화라 객관적이게는 잘 못 보겠어요. 유독 리해진이 나오는 부분을  눈여겨보게 되고, 장점보다 부족한 점을 더 찾게 되고요. 그래서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아요. 그런데 한 가지 만족하는 건 특정한 장면을 떠나서 이번에 제가 목표로 했던 게 ‘기존의 이미지에서 그 이미지 보다 다른 면을 보여주자’였는데 (관객분들이) 좀 더 남성답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봐주시고, 알아봐 주셔서 그거 한 가지가 좋아요”
이미지 변신을 노린 건지를 묻자 “변신이라 하면 변신이지만 전에 있던 이미지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단지 기존의 순수해 보이는 이미지에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덧붙여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는 것. 극 중 김수현과 선보이는 일명 ‘브로맨스’(‘브라더’와 ‘로맨스’를 합성한 신조어) 장면들에 대해서는 “자칫 오해하실까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봐주셨다”며 웃어 보였다.
“그런 느낌을 의도하긴 했어요. 사실 원작에서는 좀 더 많이 표현이 돼 있거든요.  오해하시는 네티즌도 많으셨고요. 영화 속에서는 오해가 될 정도는 안 되고, 어느 정도인지 적정선 찾아보자, 라면서 감독님, 스태프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만들어진 장면들이에요. 재미있게 봐주셔서 좋아요.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놀랐어요.”
 
 
김수현, 박기웅 두 명의 형들과는 많이 친해졌다. 무대 인사를 같이 다닐 때면 서로 고무줄을 가지고도 즐겁게 장난을 치고 놀 정도(?)라고.
 
“기웅이 형도 수현이 형도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는데 처음에는 서로 어색한 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계속 영화를 찍고, 또 지금은 무대 인사 다니고 하면서 너무나 많이 가까워졌어요. 셋이 정말 장난도 엄청 많이 치고요. 셋만 붙어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고 정말 산만해요. 그게 오히려 에너지를 주는 것 같기도 해요. 현장에서는 ‘내래 말이야’라고 손현주 선배님이 쓰시는 사투리가 있는데 거기에 꽂혀서 한동안 셋이 그 흉내만 내고 놀았어요. 얘기도 많이 하고요. 요샌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흔한 장난이긴 한데요, 고무줄을 가지고 놀아요. 어릴 때 놀았던 그런 거 아시죠?”
이현우가 처음 배우라는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일명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것을 당했던 것. 그는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12살 때쯤 길거리에서 명함을 받았어요. 그걸 부모님한테 보여드렸더니 제가 그 때 그 직업을 하고 싶거나 그래서 그런 것도 아니었고, 부모님도 막 해보라고 하신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그래? 그럼 한 번 해봐’ 이런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작품을 찍고 하면서 잘 봐 주시고 하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고 운 좋게 이렇게 왔어요.”
 
 
그 때 아역을 하면서 또래의 아역배우들과 많이 친해졌다. 현재 같은 소속사인 배우 박지빈을 비롯해 노영학, 남지현, 박건태 등과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촬영을 했던 경험이 많아 지금까지도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어른들과 함께 일을 하며 힘들었던 점은 없느냐 물었더니 “오히려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사실 힘든 부분이 굉장히 많았죠. 어린 나이에 하나의 직업을 맡아서 뭔가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보여드리고, 밤새면서 잠도 못자고 스케줄을 따라 갈 때도 있고. 분명 힘든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얻을 수 있는 부분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일종의 사회생활인데 또래들 보다 일찍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다른 친구들이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하는 것이잖아요? 그 안에서 물론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점차 많이 느껴가며 욕심도 생기고, 이루는 것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뭔가 변하는 것 같아요”
이현우는 기자회견에서 “다시 태어난다면”이라고 누군가 물은 질문에 대해 “지금 태어난 가정에서 또 다시 이현우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젊은 배우치고는 굉장히 가정적인 대답이었고, 가족들을 향한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얼핏 또래보다 더 어른스럽고 의젓한 자태가 스스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아, 어떤 가족들에 둘러싸여 살았는지 물었다.
“가족은 누나와 엄마,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 저까지 다섯 명이 같이 모여 살아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굉장히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부모님과도 어린 시절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여행도 많이 다녔고요. 저희 부모님은 친구 같은 부모님으로 늘 옆에 계셔 주셨어요. 어릴 때를 기억해 보면 할머니랑 저랑 누나랑 손잡고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그랬던 것들이 자주 생각나요”
현재 이현우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한 상태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연기 활동도 더 많아진 터라, 대학 친구들과의 추억을 많이 만들지 못해 아쉽다고, “복학을 하면 더 열심히 하겠다”라며 각오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개인적인 꿈을 물었더니 “좋은 배우”라며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현우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친근하고 좋은, 누구한테는 형이 되고, 동생도 될 수 있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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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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