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함 잃은 롯데, 대포가 살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22 20: 02

투수가 항상 잘 던질 수는 없고 타선이 항상 터질 수는 없다. 이처럼 안 풀리는 날에는 수비와 주루에서 실마리를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롯데는 이틀 연속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경기의 결과는 달랐다. 차이점은 대포의 유무였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2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최근 팀 상승세에 대해 “세밀한 플레이에서 조금 나아졌다”라고 분석했다. 김 감독이 주목한 것은 수비와 주루였다. 실제 롯데는 연승 기간 동안 수비에서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었고 불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타선이 터지지 않은 날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런 김 감독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든 2연전이었다. 수비 실책, 세밀하지 못한 플레이, 아쉬운 장면들이 속출했다. 21일에는 4-3으로 앞선 9회 박기혁의 실책성 플레이가 빌미가 되며 역전패를 당했다. 안타로 기록되긴 했으나 사실 박기혁 정도의 수비수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결국 이후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고 롯데는 마무리 김성배가 정상호 정근우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2일 경기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많이 나왔다. 경기 흐름의 맥이 곳곳에서 끊겼다. 수비에서는 1회 신본기, 그리고 6회 고원준의 야수 선택이 아쉬웠다. 실점과 직결되지는 않았으나 경기 흐름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엉성한 주루 플레이, 희생번트 실패도 겹쳤다. 롯데는 0-1로 뒤진 4회 손아섭이 이날 팀의 첫 안타를 홈런으로 연결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SK 선발 김광현이 잠깐 흔들렸다. 후속타자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줬다. 타석에 최근 타격감이 좋은 전준우가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점도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강민호는 상대 원바운드성 공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1·2루 사이에 멈춰선 끝에 횡사했다. 공격 흐름이 끊겼다.
1-2로 뒤진 5회에는 무사 2루의 기회를 희생번트 실패로 날렸다. 롯데는 선두 조성환이 상대 유격수 나주환의 송구 실책에 힘입어 2루까지 나갔다. 그러나 김상호의 희생번트가 투수 정면으로 갔고 결국 2루 주자 조성환이 3루에서 아웃됐다. 다음 타자 신본기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하지만 연패는 면했다. 세밀함을 만회한 대포의 힘이었다. 3회까지 SK 선발 김광현에게 노히트 경기로 끌려가던 롯데는 4회 1사 후 손아섭이 이날 첫 안타를 좌월 솔로 홈런으로 장식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1-2로 뒤진 8회에도 다시 대포가 터졌다. 1사 후 이승화가 볼넷을 골라 나갔고 황재균이 또 다시 김광현을 좌월 2점 홈런을 두들기며 역전에 성공했다. 위기의 롯데를 올 시즌 19개 밖에 나오지 않았던 홈런이 구한 것이다. 경기에서 이기면서 보완해야 할 점도 찾았으니 어찌 보면 다행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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