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의 요건은 강한 심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좋지 않은 기억을 빨리 잊어내는 것도 포함된다. 김성배(32, 롯데)가 그런 능력을 보여주며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성배는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2 1점차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다. 김성배는 전날(21일) 4-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동점 적시타와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팀이 이기는 일이 많아짐과 동시에 등판이 잦아진 김성배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김시진 롯데 감독도 22일 경기를 앞두고 “김성배가 등판할 수는 있지만 웬만하면 안 쓰고 이겼으면 좋겠다”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결국 김성배를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1-2로 뒤진 8회 황재균의 투런포로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이명우의 임무가 다하자 9회 시작과 함께 김성배를 투입했다.

묵묵히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성배는 전날의 악몽을 씻었다. 선두 김강민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으며 첫 단추를 끼운 김성배는 정상호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불안감을 남겼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대타 박진만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김성배는 전날 자신에게 끝내기 악몽을 씌운 정근우를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구위는 좋았다. 제구도 괜찮았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낮게 찌르며 SK 타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잠시 불안감을 내비쳤던 김성배가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한 경기였다. 김성배가 무너질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은 롯데가 한숨을 돌렸다는 측면에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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