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를 쌓아놓은 상황에서 마무리를 내보낸다. 그리고 주자 출루 상황에서 마무리가 쌓여있던 주자를 불러 들인다. 앞선 투수의 실점은 많아지는데 정작 투수 본인의 평균자책점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투수를 탓할 수 없다. 두산 베어스 마무리 홍상삼(23)의 연이은 분식회계투 속에는 석연치 않은 투수진 운용이 있다.
홍상삼은 22일 잠실 한화전서 7-4로 앞선 8회초 1사 만루에서 구위 저하 현상을 보여준 김상현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라왔다. 초보 마무리인데 그가 세이브까지 책임져야 할 아웃카운트는 다섯 개. 공교롭게도 지난 20일 잠실 롯데전서도 8회 2-1 리드 상황 2사 1,3루서 동점타를 내주며 결국 역전패 빌미를 제공했는데 정작 실점은 없었던 홍상삼이다. 그리고 또 한 번 홍상삼의 분식회계가 일어나고 말았다.
22일 경기 8회초 한화 공격. 30구가 넘어가면 구위 하락세를 보이던 김상현을 상대로 김태완의 몸에 맞는 볼과 최진행의 좌중간 안타에 이은 오선진의 우전 안타가 터지며 1사 만루 기회가 왔다. 다급해진 두산은 마무리 홍상삼을 조기투입했는데 홍상삼은 이학준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여전히 1사 만루에 7-5 추격 빌미를 제공했다.

대타 한상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화가 6-7까지 따라붙은 순간. 2사 1,2루서 고동진의 타구는 우중간 외야 빈 곳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이어졌다. 2루에 있던 오선진은 2아웃인 만큼 그대로 내달려 홈까지 쇄도해 7-7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홍상삼은 임익준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홍상삼에게는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가 기록되었는데 두 번 모두 자책점은 없었다.
홍상삼은 9회말 타석 상황이 오자 대타 홍성흔과 교체되었다. 경기 성적은 1⅓이닝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이다. 결국 이틀 연속 연투했던 정재훈이 또다시 마운드에 올라 사흘 연속 연투를 했고 10회말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8-7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연장까지 가지 않았어야 했던 경기였다.
구위가 시즌 초에 비해 나아졌더라도 초보 마무리를 너무 강하게 키운다는 인상이 짙다. 물론 현재 두산 투수진을 감안했을 때 22일 3점 차 리드 상황에서 맡길 계투가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깨 부상 전력의 정재훈이 20~21일 모두 마운드에 올랐고 22일에도 마운드에 오르며 사흘 연속 연투를 했다. 오현택과 김강률은 직전 3경기서 모두 등판했다. 연투 혹사로 인해 남은 투수가 안규영, 좌완 정대현 정도. 확실히 검증되지는 않은 카드였다.
결국 투수진 속사정을 확실히 생각지 못한 운용법과 마무리로의 교체타이밍이 22일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내준 빌미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2일 경기를 끝으로 지난 5월 8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던 우완 윤명준의 징계가 모두 풀리는 데 올 시즌 초반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검증된 투수들의 수는 적고 연투로 고생한 이들도 많다. 결국 마무리 홍상삼이 이른 시점에 나와 본의 아니게 ‘분식회계 블론세이브’를 기록해 이기던 경기를 국수 말듯 말았다. 이것을 홍상삼의 탓으로 돌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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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