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불후' 핫젝갓알지, '오빠'의 힘은 죽지 않았다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6.23 08: 20

‘핫젝갓알지’를 아시나요?
핫젝갓알지는 90년대 활동했던 1세대 아이돌 H.O.T.와 젝스키스, god, NRG의 멤버 문희준, 토니, 은지원, 데니안, 천명훈이 QTV ‘20세기 미소년’에서 결성한 그룹을 가리키는 단어로, 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통해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됐기에 그간 많은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던 핫젝갓알지는 그러나 이날 방송을 통해 지난해 불었던 90년대 복고 바람에 다시 불을 지핀 모양새다. 이들은 이날 ‘전설’ 박남정 편으로 진행된 ‘불후의 명곡’에서 그의 ‘비에 스친 날들’ 무대를 꾸며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현장 반응뿐만 아니라, 방송 이후 대형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핫젝갓알지의 무대에 대한 이야기가 들끓었다.

이날 핫젝갓알지의 무대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전설 박남정에 대한 트리뷰트 성격 보다는 오히려 90년대 ‘레전드’였던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낸 성격이 짙었다. 90년대 당시 이들 그룹을 마음에 품지 않은 여학생이 없을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이들은 10여년을 훌쩍 넘긴 현재 그 같은 무대를 재연했고, 최근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그 시대 문화를 향유했던 이들에게는 오히려 친숙한 댄스와 무대 구성으로 1세대 오빠들의 귀환을 알렸다.
파죽의 3연승을 거두며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쳐갔던 이들은 결국 2013년의 아이돌 틴탑&백퍼센트에 승기를 저지당했지만, 이날 무대에 있어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건 우승 결과와는 상관없이 핫젝갓알지의 등장과 이들의 존재감일 것이다. 지난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통해 90년대 복고 열풍을 일으키며 1세대 아이돌과 팬덤 문화를 소환했던 이들은 해가 바뀐 현재에도 이 같은 바람이 여전히 소구력 있는 아이템임을 이날 증명했다.
격렬한 댄스를 선보이며 전사의 이미지를 강조했던 이들은 이제 리허설 무대 한 번에 가쁜 숨을 헐떡이고, 음악방송 1위를 연달아 거머쥐던 과거와는 달리 ‘불후’ 무대의 경쟁자를 제치고 1승을 거뒀다는 사실에 반색하는 등 더 이상 거대 팬덤을 이끌 ‘아이돌’은 아니다. 대신 이들은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인간적인 모습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며 자신들을 사랑했던 팬들 곁에 한결 가까이 다가왔다. 모든 것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 빛은 바랐지만, 90년대 아이돌 핫젝갓알지 바람은 열풍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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