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헬로비너스가 방송에서 채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들을 발산하며 공연장을 찾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4분 분량의 짧은 방송 무대가 아닌, 자신들의 곡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90분의 단독 콘서트는 그들이 단순 양산형 걸그룹이 아닌, 공연 특화형 걸그룹이라는 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데뷔초부터 그들이 열망했던 '공연형 걸그룹'의 꿈을 향해 드디어 첫발을 내딛은 것.
22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헬로비너스의 데뷔 첫 번째 단독 콘서트 '헬로비너스 퍼스트 라이브 콘서트(HELLOVENUS 1st LIVE CONCERT)'에서 멤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의 핸드 마이크를 쥐고 목소리를 스피커에 실어냈다. 퍼포먼스 위주의 아이돌 공연에 익숙한 관객들은 오랜만에 눈과 귀를 모두 착실하게 사용하는 공연을 경험했다.
지난 2012년 5월 '비너스(VENUS)'로 데뷔해 인형같은 외모로 등장부터 음악팬들의 '촉'을 자극케 했던 헬로비너스는 아니나 다를까 데뷔 1년여 만에 쟁쟁한 선후배 경쟁 걸그룹들을 보기좋게 따돌리고 단독콘서트를 개최하며 실력을 행사했다. 무리수? 아니, 콘서트로 특화시키려는 소속사의 뚜렷한 소신이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비너스'를 시작으로 '파도처럼', '오늘 뭐해?', '로맨틱 러브(Romantic Love)', '차 마실래?' 등 꾸준한 가요계 활동으로 확보된 대표곡들을 비롯해 1년간 발매됐던 3장의 미니앨범, 디지털싱글에 수록된 곡들이 콘서트의 큐시트를 가득 채웠다.
팬들은 방송에서 봐왔던 곡들 외에도 오직 음원으로만 확인했던 헬로비너스의 앨범 수록곡들을 안무와 곁들인 멤버들의 라이브 공연으로 만끽, 주말 황금시간대에 콘서트장을 찾은 보람을 확 느끼게 만들었다.
공연의 시작은 첫 미니앨범 '비너스'의 1번 트랙에 실렸던 '헬로(Hello)'였다. 무대 양옆으로 셋씩 나온 헬로비너스는 2단으로 구성된 무대에서 노래와 신나는 안무로 오프닝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헬로'라며 객석에 인사를 건넸다.
'비너스' 무대가 이어지자자 객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남성 관객들은 공연장을 울리는 쩌렁쩌렁하고 목소리로 서강대 메리홀을 흡사 군부대 위문공연장으로 돌변케 했다. 가열찬 호응은 이후 공연내내 지속됐고, 객석의 팬들은 공연 가수들에 결코 뒤지지 않을만큼의 목소리를 시종일관 내질렀다.
'헬로', '비너스', '러브 어필'로 이어지는 오프닝이 끝나자 멤버들은 첫 단독 콘서트를 소감을 전하며 공연장을 찾아준 팬들께 고마움을 전했다. 맏언니 앨리스는 "난 원래 뭐든 잘 잊어버리는데 오늘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벅찬 심경을 직접적으로 전했다. 유아라는 "오늘 오신 분들 복받으실 것"이라며 고개를 숙여 고마운 마음을 팬들께 전달했다.
'오늘 뭐해?' 무대가 시작되자 앉아있는 좌석 앞뒤좌우로 "전에", "원해", "콜콜콜" 등 남성들의 뜨거운 떼창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10% 안팎의 여성 관객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행여나 묻힐까봐 음계를 극도로 이탈한 하이톤으로 떼창에 가까스로 합류했다.

'파도처럼', '설레임', '퍼스트 러브' 등이 멤버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해당 무대로 이어졌다. '파도처럼'은 시원한 여름 느낌을, '설레임'은 팬들과 헬로비너스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느끼게끔 했다. 유아라의 무반주 독창으로 시작된 '퍼스트 러브'는 이후 연주와 멤버들의 목소리가 덧입혀져 아름다운 화음을 완성했다.
공연 중 유일한 솔로 무대는 팀내 메인보컬 유아라의 몫이었다. 영화 '태양의 노래' OST인 '굿바이데이즈(Good bye days)'를 무대 중앙에서 조명을 홀로 받은채 소화해 그간 그룹 무대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매력을 내비쳤다.
긱스의 '오피셜리 미싱유(Officially missing you)' 커버 무대는 특별했다. 원곡에 헬로비너스 멤버들이 직접 쓴 가사를 입혀, 자신들의 심경을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앨리스가 기타, 유아라가 키보드를 각각 연주해 특별함을 더했다. 앨리스는 이곡을 'TO. 헬로비너스'라고 이름 지었다.
'똑같아', '자꾸만', '로맨틱 러브', 그리고 남성 관객 한 명을 무대 위로 불러내 둘러싸고 불러줘 객석 남성팬들의 질투심을 유발했던 '키스미', 그리고 멤버 라임이 직접 안무를 짰다는 '잠깐만' 등 공백없이 꽉 찬 콘서트가 이어지며 공연장 시계의 태엽을 고속 회전시켰다.
2층과 1층을 둘러보다가 누군가를 가리키며 "차마실래요? 우리"라는 멘트 후 시작된 공연 마지막 곡은 '차 마실래?'. 또 한 번 객석의 뜨거운 떼창이 재현됐다. 엔딩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와중에도 관객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고 결국 흰 셔츠와 진 차림의 헬로비너스 멤버들을 무대위로 소환시켰다.
앙코르곡 무대는 '윈터 판타지(Winter Fantasy)'와 '비너스'로 꾸며졌다. 멤버들은 모든 공연을 끝내고 "너무 너무 감사하다"며 90도를 넘어선 각도로 한참동안 허리를 숙여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멤버들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맺히더니 두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 첫 콘서트를 무사히 끝마쳤다는 기쁨과 감동 등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객석의 팬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이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꿈만 같고, 행복하다. 다음엔 더 큰 곳에서 설 수 있도록 더 힘껏 노력하겠다. 꼭 지켜봐달라."
누구보다 빛났던 1년이었다. 헬로비너스는 지난해 데뷔해 '제2회 가온차트 K-POP 어워드 그룹부문 여자 신인상', '2012 올케이팝 어워즈 베스트 뉴걸그룹상' 등을 수상하며 치열한 신인들의 격전에서 좋은 성적으로 생존했다. 이젠 견고해질 앞으로의 1년이 필요하다.
이 어려운 숙제를 헬로비너스는 이날의 단독 콘서트로 해법을 찾아 가는 분위기다. 인기를 쌓아가며, 실력으로 내실을 다진 그들이 '공연 특화형 걸그룹'으로 향후 1년 진화해갈 수 있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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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