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 공략은 양날의 검이다. 가장 좋은 공을 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대신 실패할 경우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올 시즌 SK의 상황이 그렇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투수들은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고 싶어 한다. 일단 승부를 스트라이크로 시작하게 되면 나머지 카운트의 활용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직구든 변화구든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타자들이 존을 좁혀놓고 칠 수 있다. 타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올 시즌 리그 전체 타율은 2할7푼1리인 것에 비해 초구 타율은 3할5푼2리다.
이런 초구를 가장 좋아한 팀이 SK다. SK는 올 시즌 269번이나 초구 공략을 했다. SK가 22일까지 58경기를 했으니 산술적으로는 한 경기에 4~5번 정도는 꼭 초구를 건드리는 선수가 있었다는 뜻이다. “왜 초구를 건드려 남 좋은 일을 시켜주느냐”라는 팬들의 원성과는 달리 성공률도 괜찮은 편이었다. SK의 초구 타율은 3할8푼7리로 올 시즌 팀 타율(.259)보다 훨씬 높고 LG(.423)에 이어 리그 2위였다. 확실한 노림수가 있다는 전제라면 해볼 만한 장사임에 틀림없다.

SK의 초구 공략 비율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늘어났다. 2011년 SK의 초구 공략 횟수는 597번으로 리그 4위였다. 타율도 3할3푼7리로 리그 평균과 일치했다. 하지만 이런 초구 공략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주축 타자일수록 초구에 배트가 나가는 경우도 많다. 정근우는 31번의 초구를 공략해 타율 3할5푼5리, 최정은 26번에 타율 5할7푼7리, 한동민도 26번에 3할8푼5리의 타율이었다.
이런 수치 변화는 이만수 감독의 지도 성향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감독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윙을 주문하는 지도자다. ‘웨이팅 사인’(치지 말고 기다리라는 주문)도 타 팀에 비하면 적다. 이 감독은 “주자가 2,3루에 있을 때는 벤치에서 사인을 내지만 주자가 없을 때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편”이라고 자신의 성향을 설명했다. 이 감독은 “타격코치가 전략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선수 자신들이 알아서 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주자가 있을 때의 초구 공략도 팬들이 체감하는 것처럼 저조하지 않다. 오히려 재미를 본 팀이었다. 주자가 있을 때 SK의 초구 타율은 4할2푼4리다. 리그 2위 성적이다. 득점권에서의 초구 타율도 3할7푼3리로 리그 평균(.350)을 약간 웃돈다. SK의 전반적인 공격 지표를 생각했을 때 초구 공략은 아주 나쁜 선택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상황에 따른 대처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적극적인 스윙도 좋지만 참고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대 에이스들이 등판했을 때는 최대한 투구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주자가 있을 때는 주자가 도루 타이밍을 잡을 수 있게끔 시간을 끌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팀 플레이인데 이 점에서 미흡한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감독도 “어떨 때는 한 이닝이 공 4개로 끝날 때도 있더라. 그럴 때는 가끔 타자들이 투구수를 늘려주기를 속으로 바랄 때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감독은 “초구를 치지 말라거나 빠른 승부를 하지 말라고 하면 타자들이 더 소극적으로 변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뜩이나 부진한 성적에 위축되어 있는 팀 타자들인데 이것저것 주문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이 감독은 “나도 그런데 빠른 승부에 실패하는 선수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초구부터 생각 없이 배트가 나간다”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다 자신들의 연봉하고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초구 공략으로 재미를 보는 팀이지만 어쨌든 10번 중 6번은 실패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6번은 상대 투수들의 기를 살려준다. 그래서 양날의 검이다. SK도 이 문제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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