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 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23일 종영한다. 지난 1월 5일 첫 방송돼 총 50부작을 달려오며 KBS 주말극이 독점하고 있던 주말극 왕좌 타이틀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룬 ‘백년의 유산’은 막장 논란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백년의 유산’은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노포를 배경으로 삼 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국수를 매개로 실타래처럼 엉킨 인간사를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던 ‘백년의 유산’은 또 다른 갈등 축으로 설정됐던 방영자(박원숙 분)의 악행이 도드라지며 초반부터 막장 논란이 시작됐다.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던 이 드라마는 극 초반부터 시어머니 방영자가 며느리 채원(유진 분)을 폭행하는 것은 기본, 그에게 새로운 며느리를 고르게 하거나 위자료를 주지 않기 위해 정신병원에 가두는 등 상상이상의 악행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하지만 이는 곧 폭풍 전개를 의미,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데 큰 몫을 해내며 ‘욕 하면서도 보는 드라마’로서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매회 등장했던 방영자의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과 그런 방영자의 아들 철규(최원영 분)의 답답한 마마보이 행보에 멍들어가는 며느리 채원의 눈물, 기억을 되찾고 새로운 사랑인 세윤(이정진 분)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채원의 도전은 방영자의 끝없는 악행에 대응하는 당찬 모습으로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친 딸이 죽었음에도 백년손님으로 불리는 사위를 친자식처럼 품는 팽달(신구 분)과 끝순(정혜옥 분)의 효동(정보석 분)에 대한 애틋함과 극에 중후함과 잔재미를 더한 강진(박영규 분)과 기옥(선우선 분)의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 등은 극을 더욱 풍부하게 하며 가족애라는 절대 가치를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극 전반부터 지독히 깔린 방영자를 필두로 한 막장 설정과 어렵게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고 했던 세윤과 채원이 알고보니 남매였다는 설정, 방영자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철규는 개과천선 한다는 권선징악 구조의 결말 등은 뻔한 통속극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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