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촘촘한 전개와 곳곳에 깔린 복선으로 젊은 시청층을 겨냥한 드라마 안에는 극의 중심을 잡으며 중장년 시청층에 흡인력을 발휘하는 중견 배우가 있다.
특히 KBS 2TV 월화 드라마 '상어' 이정길과 MBC '구가의 서' 유동근 등 배우들은 등장 자체로 중장년층 시청자에 극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은 물론, 관록의 연기력으로 극에 묵직함을 더하고 있다.
'상어'에서 이정길은 이빨을 감추고 있는 거대 악 조상득 회장을 연기한다. 겉으로는 인자한 할아버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사실 극 전체에 깔려있는 악행과 음모의 배후로, 수면 밑에서 복수를 펼치고 있는 이수(김남길 분)의 최종 목표다.

이정길은 이러한 조상득 회장을 연기하며 빠른 전개를 자칫 놓칠 수 있는 시청층에 가이드를 제공한다. 대사를 하는 것이 아닌 진짜 친손녀에 말을 건네듯, 해우(손예진 분) 앞에서 보여줬던 인자함을 거둔 이정길이 단 한순간 드러냈던 진짜 조상득 회장의 표정은 시청자에게 절대 악인이 누구인지 귀띔했다.
또 '구가의 서'의 유동근은 판타지 사극이라는 낯선 장르에서 이순신이라는 실제 인물을 연기하며 중장년 시청층의 유입을 높였다.
월화극 1위를 달리는 '구가의 서'는 반인반수라는 독특한 소재와 이승기와 수지라는 젊은 연기자들을 앞세워 이들의 상큼하면서도 애절한 러브라인과 인간이 되고 싶은 강치(이승기 분)의 고뇌를 그린다. 이러한 판타지 사극 내에서 이순신 역 유동근은 거북선을 만들며 긴장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 동안 수 많은 정통 사극에서 왕 역할로 출연해 존재감을 발산했던 유동근은 이번에도 흔들림 없는 근엄한 목소리에 매 순간 중후한 카리스마와 고뇌의 눈물 등, 명장의 외형을 재현해 내며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판타지 사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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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