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오는 볼 때마다 새로운 배우다. 잔인한 조직폭력배(영화 ‘아저씨’)였을 때도, 백화점 사장님 현빈의 비서(SBS '시크릿 가든')일 때도, 사랑하는 형 송승헌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이창희(MBC '남자가 사랑할 때’)였을 때도 그는 언제나 김성오가 아닌 배역 그 자체였다.
그는 이번에는 ‘남자가 사랑할 때’를 통해 형 한태상(송승헌 분)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의리의 남자 이창희로 변신했다. 극의 마지막까지 태상을 향한 의리를 지켰던 이창희는 대중이 생각하는 배우 김성오의 모습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드라마를 끝낸 김성오는 사뭇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품을 끝낸 소감을 물으니 “그냥 좋다”는 간단하지만 진심 어린 답이 나왔다.
“촬영 안나가도 돼니 그냥 일단 좋아요. 그리고 이제 어떻게 살지, 뭐 먹고 살지 하는 생각 하고요.(웃음) 쉬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축구도 하고 그러고 있어요. 그 다음엔 낚시를 가장 하고 싶고요.”

이창희는 한 마디로 멋진 남자다. 한태상을 위해 감옥에 들어가고, 그를 배신한 서미도(신세경 분)를 응징하려 하고, 피도 섞이지 않은 동생 이재희(연우진 분)를 위해 인생을 바친다. 어찌보면 다신 못 올 완벽한 캐릭터다.
“이창희 역할은 굉장히 좋았죠. 주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제 주변엔 있을까요. 글쎄요. 그렇게 노력을 할 뿐이죠. 저 또한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하나고요. 창희처럼만 살 수 있다면 인생 정말 성공할 것 같아요.”
그러나 완벽한 캐릭터 창희의 행동은 다소 비현실적인 면도 있었다. 단순히 사회에서 만난 형인 한태상을 위해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바친다는 건 그야말로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 김성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합리화시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제가 물론 창희의 행동을 전부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제가 이해를 못 하면 안되잖아요. 창희가 사람을 죽이든 뭘 하든 그 입장에서는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하죠. 저만의 합리화를 시켜서 이해하는 거에요. 드라마 속 인물들이 실질적으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잖아요. 흔히 말하는 남자 캔디인 한태상 캐릭터도 그렇고요. 극단적인 설정이 드라마이고, 그걸 합리화 시켜서 표현하는 게 배우의 역할인 거 같아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마지막 회에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정상의 자리를 빼앗겼다.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최고의 시청률을 원하고 시작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많은 드라마들이 시청률이 다 잘 나올 수는 없는 거죠. 일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으니까요. 너무 실망할 필요도 혹은 기뻐할 필요도 없어요. 시청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시청률에 의해 제 감정이 좌지우지 되는 건 아니에요.”
‘남자가 사랑할 때’는 화려한 시작과는 달리 극이 마지막을 달려갈수록 시청자들의 원성 어린 반응을 들어야 했다. 이야기 전개에 빈틈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성오는 이에 대해 솔직히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그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20부작이니까 마지막 2회 정도에 다 마무리를 지어야 하고, 작가님도 힘든 점이 있으셨겠죠. 그래도 최선이라고 봐요. 적어도 24부작만 됐었어도 조금 더 알찬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해요. 드라마 전개는 전적으로 작가님의 영역이고, 생각이 있으시니까 이렇게 그리신 거겠죠. 저는 써 주시는대로 잘 표현하는 게 임무인 거고, 그 임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치정멜로라는 대놓고 극단적인 장르를 표방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돋보이는 드라마였다. 이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드라마 촬영 현장은 의외로 밝고 명랑했다. 김성오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웃긴 일이 많았던 촬영”이었다.
“저희 팀이 워낙 분위기가 좋아요. 감독님이나 스태프들도 유쾌하고요. 그래서 힘들기보다는 좋은 일만 있었죠. 한 번은 한태상과 이창희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재희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신이 있었어요. 이재희가 눈치를 보면서 ‘형은 여기 왜 있어’하면 제가 ‘나 출근이라서’라고 답하는 장면이었죠. 근데 그게 너무 웃긴 거예요. 계속 웃음이 터져서 촬영하기가 힘들 정도였죠. 종방연 때 다 같이 그 NG장면을 봤는데 다시 봐도 웃겼어요.”

김성오는 또한 드라마 방송 내내 시청자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욕을 먹어야 했던 연우진과 신세경 또한 밝고 명랑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욕을 하시는 분은 애청자”라는 명쾌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드라마를 봤다는 거 잖아요.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시청잔거죠.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런 시청자들을 속이려 하는 거고, 욕을 하시는 건 그게 성공이라는 거예요. 착한 사람만 나오는 드라마는 재미없잖아요.”
김성오는 작품이 한창 방송될 중간에 열애 인정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황스럽지 않았고 언젠가 한 번은 있을 일이었다는 게 김성오의 생각이었다.
“사실이니까 당황되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만났죠. 제가 사랑을 한다는 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알려지면 언론에서 찾아내려고 하고 그런 게 부담이긴 했어요. 상대방의 과거를 나는 알고 싶지 않지만 언론에 의해 억지로 알아야 하잖아요. 이건 평생 남는 기록이 되는 건데. 나의 의도완 상관없이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듣고 싶지는 않아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김성오는 철저히 남자들 속에 있었다. 예쁜 여배우와의 러브라인이 탐날 만도 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 제 러브라인이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남자들, 태상, 재희, 용갑, 창희 각자가 ‘남자가 사랑할 때’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꼭 남녀의 사랑만 러브라인인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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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