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패배를 예감하고 있었을 때, 한 선수는 동점에 대한 가능성을 믿었다. 이대호(31, 오릭스 버팔로스)가 극적인 동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오릭스의 영웅이 됐다.
이대호는 23일 세이부돔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1루수 및 4번 타자로 출장해 5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홈런이 극적이었다. 6-7로 뒤진 9회 2사에서 터진 동점 솔로 홈런이었다. 이대호의 타율은 종전 3할2푼4리에서 3할2푼6리로 약간 올랐다.
2회 첫 타석에서 세이부 선발 기시 다카유키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기록한 이대호는 이후 세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하며 침묵하는 듯 했다. 4회 1사 2루에서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6회 1사 1루에서는 1루 땅볼로 물러났다. 5-5로 맞선 7회 2사 3루에서는 우익수 뜬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모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범타라 기분이 썩 좋지 못한 하루였다.

그러나 이대호의 방망이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6-7로 뒤진 9회 2사였다. 아웃카운트 하나면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상황에서 이대호는 경기 마무리를 위해 오른 상대 외국인 선수 데니스 사파테를 상대로 중월 홈런포를 터뜨렸다. 149㎞짜리 빠른 직구가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세이부돔의 팬들은 침묵했다.
기세를 탄 이대호는 여섯 번째 타석에서는 기회를 살려나갔다. 10회 1사 2루의 끝내기 위기를 넘긴 오릭스는 11회초 슌타와 이토이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라는 밥상을 이대호 앞에 차렸다. 그러나 이대호는 세이부 7번째 투수 이와오가 정면 승부를 피하자 무리하지 않고 볼넷을 골라 나가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오릭스는 상대 투수의 폭투로 1점을 뽑았고 야마모토의 희생플라이로 9-7까지 앞서 나갔다. 그러나 11회 마지막 수비에서 위기에 몰리며 2사 후 2점을 주며 동점을 내준 끝에 끝내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경기는 9-9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간 이대호는 팀의 구세주로 다시 한 번 각인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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