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지질해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배우 최원영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그야말로 ‘마마보이’ 철규의 귀여운 악다구니는 ‘백년의 유산’의 큰 즐거움이었다.
‘백년의 유산’이 지난 23일 50회를 끝으로 6개월간의 안방극장 나들이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드라마는 민채원(유진 분)과 이세윤(이정진 분)이 돌고 돌아 사랑을 이뤘으며, 국수공장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됐으며, 악독했던 방영자(박원숙 분)는 자신보다 더 기가 센 며느리 마홍주(심이영 분)로 인해 고달프게 살면서 죗값을 치르는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떠났다.
지난 1월 5일 첫 방송을 한 ‘백년의 유산’은 6개월여 동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이고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꺾고 지상파 3사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를 거머쥐었다. KBS 2TV ‘개그콘서트’가 방송되는 일요일에 시청률 30%를 넘기기도 했다.

‘백년의 유산’이 큰 인기를 누린 배경에는 도무지 개연성은 없는 자극적인 전개였지만 반복 재생산되는 갈등 구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기 때문.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흥행공식을 따랐다는 점이 주효했다. 답답했지만 끊임없이 갈등이 반복되는 이야기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여기에 막장 드라마를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따뜻한 가족애와 다채로운 캐릭터에 큰 힘을 실었던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했다.
그 중에서도 간담이 서늘하게 하는 집착을 보였다가도 모성애를 자극할 정도의 애틋하고 순수한 이중적인 매력을 보였던 배우 최원영의 열연이 눈에 띄었다. 최원영은 이 드라마에서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까닭에 다소 철딱서니가 없는 김철규를 연기했다. 그는 개차반 같은 삶을 살았지만 한 여자에게만큼은 지고지순했던 김철규를 연기하며 멋있지 않은 캐릭터를 멋있게 만들며 묘하게 매력을 풍겼다.
드라마 내내 민채원 역의 유진에게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보였지만 그 어떤 악역처럼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풍처럼 휘감지 않았다. 분명 채원과 세윤의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이었지만 최원영이 표현하는 ‘찌질함’의 극치인 철규는 사랑스러운 면모도 있었다.
이는 철규라는 인물을 도무지 미워할 수 없게 표현한 최원영의 힘이 컸다. 2002년 영화 ‘색즉시공’으로 데뷔한 이후 탄탄한 연기력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최원영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며 크지 않은 분량에도 압도적인 인상을 남겼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높은 몰입도를 자랑했던 것은 최원영이 마마보이 철규를 소화하는 연기가 일품이었기 때문. 최원영은 ‘백년의 유산’을 통해 안방극장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명확하게 새기며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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