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막장극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드디어 그 막을 내렸다. 욕 하면서도, 다신 보지 않겠다 다짐하면서도 주말 저녁이면 TV 리모컨을 잡게 만든 이 드라마는 끝까지 어이없지만 중독성 있는 이야기로 시청자들 사로잡았다.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된 '백년의 유산'은 예정대로 지난 2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이날 방송 전까지 주인공 세윤(이정진 분)이 의식을 찾지 못했고, 홍주(심이영 분)가 철규(최원영 분)의 아이를 가진 채 나타나는 등 해결해야 할 스토리가 쌓여있었고, 마지막 회에서 보란 듯이 모두 풀어냈다.
'백년의 유산'은 방송 초기부터 '막장 시월드의 끝'을 보여주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며느리 채원을 정신병원에 가두면서 구박하는 영자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철없는 마마보이 철규도 채원과 시청자들의 속을 긁으며 시청률 상승에 한 몫했다. 이어진 세윤과 채원의 로맨스, 세윤이 가진 출생의 비밀, 새로운 인물 홍주의 등장 등도 끊임없이 시청자들을 유혹하며 '백년의 유산'을 주말극 1위라는 높은 자리에 올려놨다.

특히 세상 어디에도 없을 시어머니 영자는 그 악랄한 행동에도 큰 사랑을 받았다. 상식을 벗어난 그의 행동은 '백년의 유산'을 최고의 막장극으로 등극하는 일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홍주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미워하려야 할 수 없는 지질남 철규와 함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드라마의 3번째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이 '말도 안돼'라는 평과 함께 채널을 고정시킬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들의 덕이었다.
그러나 사실 언젠가부터 이야기전개는 이 드라마가 원래 가졌던 기획 의도와는 너무나 딴판으로 돌아갔고, 지지부진한 모습도 보였다. 국수공장에서 채원의 성공담을 꿈꿨던 시청자들은 일찌감치 그 바람을 버려야 했다. 이 내용은 마지막 회에 청와대에 국수를 납품하는 짧은 이야기로 마무리지어졌다. 또한 초반 다이나믹했던 스토리에 빠졌던 시청자들은 언제나 당하기만 하는 채원과 도돌이표 전개에 답답한 행동에 가슴을 쳐야 했다.
그럼에도 '백년의 유산'이 중독성 강한 드라마라는 사실은 명확했다. 쏟아지는 혹평 세례에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난공불락의 성과 같았던 KBS 2TV 주말극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마치 몸에 좋지 않은 조미료를 그 맛에 사로잡혀 계속 먹게되는 것과 같았다.
배우들의 호연도 '백년의 유산' 시청률 고공행진에 빠질 수 없는 요인이었다. 주연배우 유진과 이정진은 50회라는 드라마의 긴 호흡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박원숙, 신구, 전인화, 정보석 등 말이 필요없는 중견 연기자들의 활약도 빛났다.
막장이라는 말을 수백번도 더 들었을 법한 '백년의 유산'이 긴 여정을 끝냈다. 해피엔딩까지 빤한 막장 스토리였지만 결국 끝까지 시청할 수밖에 없게 만든 강한 중독성이 돋보인 드라마였다.
한편 오는 29일부터는 ‘백년의 유산’ 후속으로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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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