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특별기획 ‘출생의 비밀’이 막장 없이 담백하고 잘 짜인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23일 방송된 ‘출생의 비밀’(극본 김규완, 연출 김종혁 주동민) 마지막 회는 정이현(성유리 분)과 홍경두(유준상 분) 부부가 재결합하며 해듬(갈소원 분)과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이선영(이진 분), 최국(김갑수 분), 최석(이효정 분), 최기태(한상진 분) 등이 모두 자신만의 해피엔딩을 맞는 것으로 끝났다.
정이현과 홍경두는 마음을 확인하며 서로에게 온전한 바보가 되기로 하고 이선영은 이현의 논문을 베껴 따낸 학위를 반납을, 최기태는 그간의 잘못을 뉘우치고 선영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형 최국을 경멸했지만 치매로 어린아이가 된 최석은 최국과 어린 시절 그랬던 것과 같이 다시 우애 좋은 형제처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출생의 비밀’은 해리성 기억 장애로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에 대한 기억을 잃은 여자의 딜레마와 천재인 딸을 기르는 무식한 아버지의 눈물 어린 부성애를 그린 드라마. 당초 기획의도인 휴먼멜로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며 막장요소를 완전히 배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사실 ‘출생의 비밀’은 제목에서 막장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알고 보니 입양아였다’라는 출생의 비밀이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불륜 등 막장드라마의 요소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출생의 비밀’에는 가장 행복했었던 10년의 기억을 잃고 현재와 과거에서 방황하는 이현(성유리 분)과 사랑하는 아내 이현을 10년 만에 찾았지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이현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경두(유준상 분), 두 사람 사이를 오고가며 부모의 사랑에 목 말라하는 딸 해듬(갈소원 분)의 얘기가 담겨 있었다. 극 중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거나 복수를 하는 일 따위는 없이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나눴다.
보통 드라마들이 방송 전 ‘우리는 절대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그리고 시청률이 하락하면 막장카드를 슬며시 꺼내든다. 이에 시청자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은 오로지 가족애, 부성애, 모성애 등에 충실했고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았다.
경두는 갑자기 사라진 이현의 몫까지 다해가며 해듬을 끔찍이 키우는 딸바보의 모습으로 깊은 부성애를 보여줬고 이현은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본능적으로 딸 해듬을 향한 모성애는 잊지 않았다. 또한 경두는 이현을 향한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보여줬다. 최석(이효정 분), 최기태(한상진 분)에게 이용당하고 아파하는 이현 곁에서 머물며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챙겨주고 눈물 흘리는 어쩌면 바보 같은 이 남자는 시청자들을 감동 시켰다.
이현이 예가그룹의 불법비자금 조성방법을 만들고 기억 상실증에 걸렸던 것, 경두가 이현에게 지분거렸던 것 모두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을 찾아 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더욱 단단해진 이현과 경두는 딸 해듬과 다시 웃음을 찾았다.
‘출생의 비밀’은 시청률이 10% 이상을 기록하지 못해 흥행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는 좋은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스토리로 단단히 무장한 이 드라마에게는 의미가 없는 숫자였다. 막장 없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는 사실은 ‘출생의 비밀’이 분명 웰메이드 드라마였다는 것을 입증해줬다.
kangsj@osen.co.kr
SBS ‘출생의 비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