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에는 천사, 우완에는 악마…두 얼굴의 추신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6.24 08: 49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31)의 올 시즌 성적을 보면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할 만하다. 우완투수가 그를 바라봤을 때는 '악마'로 보이겠지만 좌완투수는 추신수를 '천사'로 생각할 것이다. 심각한 좌-우완 상대 불균형이 이를 말해준다.
현재 추신수의 타율은 2할7푼4리로 많이 떨어졌지만 출루율은 여전히 높다. 그가 기록하고 있는 출루율 4할2푼2리는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한다. 추신수의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148)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1위다. 출루율 4할을 넘고도 타율 3할이 안 되는 선수는 추신수 뿐이다. 안타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볼넷을 골라 나가 제 역할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테이블세터로 활약중인 추신수에게 중요한 수치는 사실 출루율이다. 최대한 많이 나가서 득점을 올리는 발판을 놓는 것이 추신수의 1차 목표다. 추신수는 현재 52득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이 30개이니 테이블세터로는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좌투수를 상대했을 때 성적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구로 부상을 당하기 전인 2010년에는 좌완상대 타율 2할6푼4리(시즌 타율 .300)로 나쁘지 않았지만 2011년 시즌 중반 조너선 산체스에게 사구를 맞아 손가락이 부러진 뒤 좌완투수에 부쩍 약해졌다. 2011년은 좌완상대 타율 2할6푼9리(시즌 타율 .259)를 유지한 추신수는 2012년에는 좌완 상대 타율이 1할9푼9리(시즌 타율 .283)까지 떨어졌다.
추신수의 좌-우완 편향은 올해 더욱 심화됐다. 일단 우완투수를 상대로는 무자비하다. 추신수의 우완 상대 타율은 3할3푼2리로 메이저리그 전체 9위에 해당한다. 우완투수 상대 출루율은 무려 4할7푼6리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고 OPS 1.064로 4위에 올라 있다. 24일(한국시간) 터진 27일만의 시즌 11호 홈런포도 애리조나 우완 랜달 델가도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좌완투수가 나오면 한없이 약해지는 추신수다. 추신수의 좌완 상대 타율은 1할4푼9리에 그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뒤에서 4등이다. 23일 애리조나전에서도 추신수는 좌완 패트릭 코빈을 맞아 4타수 무안타 3삼진을 당해 올 시즌 좌완을 상대로만 삼진 27개를 당했다. 추신수의 시즌 첫 한 경기 3삼진이었다.
다만 좌완투수가 나와도 추신수의 출루율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추신수의 좌완 상대 출루율은 3할2푼1리다. 좌완을 상대로 1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22명의 선수 가운데 출루율 3할대를 유지하는 세 명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고 출루율도 가장 높다. 즉 좌완투수가 나왔을 때 안타를 치지는 못해도 자신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해 주는 추신수다.
때문에 신시내티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좌완투수가 나와도 추신수를 빼지 않는다. 최근에는 좌완투수가 나오면 2번으로 타순 조정을 하고 있지만 추신수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 좌완투수가 나와도 어느 정도 출루는 해 주고 무엇보다 주전 톱타자를 반쪽짜리 선수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래 추신수는 좌완투수에 약한 선수가 아니었지만 최근 2년은 약점을 많이 보이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추신수로서는 어떻게든 '좌완 울렁증'을 극복해야 한다. 우완투수를 상대로는 괴물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좌완 약점만 극복하면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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