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2할8푼3리.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화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을 시작으로 23일 잠실 두산전까지 6경기 연속 내리 패하며 승률이 2할대(0.283)로 떨어졌다. 8위 NC에 무려 6경기 뒤진 최하위로 이제는 2할대 승률을 벗어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2할대 승률팀은 4개 뿐. 대체 한화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 FA 영입 실패, 선수들이 오지 않는다

한화는 지난 겨울 FA 시장의 큰 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새롭게 부임한 김응룡 감독도 "구단에서 FA 2명을 잡아주기로 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단 한 명의 외부 FA 영입없이 내부 FA 마일영을 잔류시키는데 만족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의 FA 포스팅 금액으로 대대적인 배팅이 예상됐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한화가 FA 영입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 모 야구 관계자는 "선수들이 한화에 가지 않으려 했다. 그게 가장 크다. FA선수들에게는 대우도 중요하지만 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 FA로 이적했는데 팀 성적이 나지 않으면 빛을 잃게 되어있다. 선수들에게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확실한 비전이 없는 팀에서 뛰고 싶은 선수는 없다. 구단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이 없으면 어렵다. 당장 올 시즌을 마치면 각 포지션별로 대어급 FA 선수들이 몰려나온다. 지난해 FA 영입에 실패한 한화는 올 시즌 후 FA 시장을 위한 총알 장전으로 위안 삼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FA 영입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 근시안적 운용, 미래는 보이는가
FA 영입에 실패한 한화는 내부 육성에 중점을 두며 시즌을 준비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로는 한계가 있었다. 개막 시작과 함께 역대 최다 13연패 수렁에 빠지며 고전을 거듭했다. 이 기간 중 한화는 '총력전' 태세로 선발투수를 이틀 만에 다시 넣고, 마무리를 3일 연속 투입했다. 13연패를 끊기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리빌딩을 해야 할 팀이 마치 한국시리즈를 치르듯 했다.
올해 한화에서 선발로 나온 투수 중 구원으로 나오지 않은 투수는 에이스 데니 바티스타가 유일하다.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1경기 이상 구원 등판했다. 바티스타·이브랜드·김혁민을 제외하면 고정된 선발투수가 없다. 유창식·윤근영·안승민·송창현·김경태는 선발과 구원을 끊임없이 오갔다. 보직이 불분명한 투수들에게 호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고정된 선발 자원이 없다 보니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그리고 김혁민은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이 일상적이다. 김혁민이 7경기, 이브랜드가 6경기, 바티스타가 5경기나 4일 이하 휴식 선발등판했다. 바티스타는 급기야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마무리투수 송창식도 불펜 중 가장 많은 39⅔이닝을 던졌다. 그 중 연투가 8차례로 3일 연투도 한 차례 있었다. 특정 투수들에 편중된 운용으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 과감한 리빌딩, 미래를 찾아라
한 야구해설가는 "지금 한화는 정상적이지 않다. 공수주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고 냉정하게 꼬집으며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할 시기다. 지금처럼 투수들을 무리시키며 1승을 올려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제부터라도 과감하게 리빌딩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승률 2할대로 추락한 마당에 더 이상 순위 싸움을 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한화 내부적으로도 서서히 전면적 리빌딩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아직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결정은 빠를 수록 좋다. 김성한 수석코치도 "결국 젊은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나이든 선수보다는 이왕이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다. 서서히 조금씩 그 과정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김성한 수석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돌리려고 했는데 부상선수들이 나와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 구축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고정적인 선발과 합리적인 불펜 운용 그리고 경쟁 체제를 통한 야수진의 새얼굴 등장이 한화에 필요하다. 끝없는 추락에 고개 숙일 게 아니라 과감한 리빌딩으로 새로운 미래를 찾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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