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은 성유리와 이진을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시켜준 작품임이 틀림없다. 지난 2002년 처음 연기를 시작한 후 12년 만에 걸그룹 핑클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지우고 오롯이 여배우의 모습만 보였다.
'출생의 비밀'은 해리성 기억장애로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에 대한 기억을 잃은 여자의 딜레마와 천재인 딸을 기르는 무식한 아버지의 눈물 어린 부성애를 그린 작품. 드라마 '피아노', '봄날', '신데렐라 언니' 등을 집필한 김규완 작가가 극본을 맡았고, 그와 함께 '봄날'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종혁 PD가 연출을 맡았다.
해리성 기억장애로 혼란에 빠진 여자 정이현을 연기한 성유리는 감정 변화가 많은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연기력에 대한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버렸다. 어떤 한 사건으로 우울하고 어두운 내면을 지닌 이현과 해리성 기억장애로 10년의 기억을 잃어 17세의 발랄한 성격을 갖게 된 이현, 그리고 기억을 되찾아가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이현까지 3가지 다른 모습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눈물연기부터 감정연기까지 모두 훌륭하게 소화하며 배우 유준상과 꽤 잘 어울리는 부부로 거듭났다.

성유리와 함께 핑클에서 활동했던 이진 역시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현의 절친한 친구이자 예가그룹 맏며느리 이선영 역을 맡은 이진은 극 초반 불안에 떠는, 불안정적인 정신을 가진 인물의 심리를 세심하게 연기해 호평 받았다. 또 중반 이후부터는 똑 부러지는 캐릭터를 야무진 연기로 소화했다.
성유리와 이진뿐만 아니라 조미령과 유혜리, 갈소원, 그리고 김소현의 연기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줬다. 주로 푼수 역할을 많이 맡았던 조미령은 '출생의 비밀'에서 단아하고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맡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홍경두가 정이현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줬다면 조미령이 연기한 심연정은 홍경두를 향해 한결같은 마음을 드러낸 인물. '왜 그동안 푼수 역할만 맡았나'싶을 정도로 단아하고 심성이 착한 역할도 잘 어울렸다.
예가그룹의 안주인 조여사를 연기한 유혜리는 끝까지 표독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극에 긴장감을 더했고, 정이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소현과 딸 홍해듬을 연기한 갈소원은 성인배우 못지않은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 받았다.
'출생의 비밀'은 3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끈 경쟁작 MBC '백년의 유산'에 밀려 11회가 8.3%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후 줄곧 6~7%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따뜻한 부성애와 헌신적인 멜로를 그리며 호평 받았다.
한편 '출생의 비밀' 후속으로 오는 29일부터 배우 남상미, 이상우 주연의 '결혼의 여신'이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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