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이 9개 구단 체제로 진행되면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 중에 하나는 일정이었다. 구단수가 홀수가 됐기 때문에 시즌 중 한 팀은 반드시 휴식기를 보내야 했고, 2013시즌 일정이 발표되자 어느 팀이 유리한가에 대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비록 한 차례 일정이 수정되긴 했으나, 현실적으로 9개 구단 모두가 평등한 완벽한 일정은 나올 수 없었다. 결국 각 구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불규칙한 일정 속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잘 실천하는가였다.
LG도 마찬가지였다. LG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2013시즌 일정을 들여다봤고, 한 해를 좌우할 시기를 5월 17일부터 6월 23일까지 휴식기 없이 보내는 11번의 3연전·33경기라 여겼다. 대부분의 팀이 휴식기와 휴식기 사이에 24경기 내외를 치르는 반면, 9개 구단 중 가장 긴 시간을 휴식기 없이 보내는 이 시기가 곧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고비가 곧 기회였다. LG는 이 기간 동안 22승 9패·9연속 위닝시리즈로 무섭게 승을 쌓아갔다. 5월 16일 14승 18패 7위였던 성적이 6월 23일에는 36승 27패 3위가 됐다. 지난 10년의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듯 모든 면에서 강팀의 모습을 비췄다.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38일간의 LG 돌풍을 하나씩 짚어본다.

▲ 득점권 타율 3할9리, 모든 타자들이 해결사.
더 이상 화려하기만 하고 실속 없던 LG 타선이 아니었다. 지난해 득점권 타율 2할5푼3리로 8개 구단 최하위, 최근 5년 득점권 타율 2할6푼6리에 머물렀던 LG 타선이 이 시기에는 약 5푼이 높은 3할9리로 예리한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이병규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오지환 등, 예전에는 치는 타자만 친다는 인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정의윤 문선재 김용의의 도약이 빈 틈 없는 지뢰밭 LG 타선을 만들었다. 결승타의 주인공이 매 경기 바뀔 정도로 LG 타자들은 그야말로 골고루 쳤다. 어느덧 올 시즌 20타점 이상을 올린 타자가 9명에 이른다.
▲ 리즈의 에이스 본능과 우규민·신정락의 선발진 연착륙으로 인한 최다 선발승

불펜진이 강세를 보일 것은 시즌 전부터 예상됐었다. 비록 유원상이 허벅지 부상으로 2군에 있지만 봉중근을 중심으로 정현욱 이동현 류택현 이상열 필승조 라인은 예전부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온 투수들이다. 리그 최강 뒷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선발진. LG의 아킬레스건이라 여겨졌던 선발투수들이 이 기간 13승으로 9개 구단 최다 선발승을 거뒀다. 주키치가 이 기간 평균자책점 6.35로 깊은 부진에 빠졌지만 리즈가 평균자책점 1.98로 리그를 지배했다. 그리고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의 토종 선발 3인방이 각각 4승 1패 평균자책점 3.65, 2승 1패 평균자책점 2.48,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74로 호투했다. 만일 주키치가 부활한다면, 선발진 전원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찍는 진풍경을 연출할지도 모른다.
▲ 야수진 최저 실책, 순식간에 진화한 수비력
지난해 최다실책 팀이었던 LG의 수비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잠실구장 그라운드 적응 문제로 많은 실책을 범했으나 이 기간 동안에는 야수진 실책 9개로 리그 최저 실책을 기록했다.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익숙해진 것은 물론, 유격수 오지환이 일취월장했고 손주인의 2루 정착으로 리그 최정상급 키스톤 콤비가 결성됐다. 1루수로 번갈아 나오는 김용의와 문선재 또한 내야진 안정화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베테랑 권용관은 내야 모든 위치에서 존재감을 발휘 중이다. 외야에선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이 녹슬지 않은 수비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의윤이 타격뿐이 아닌 수비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포수진은 도루저지율 4할2푼1리를 기록 중인 윤요섭의 빠른 성장으로 더 이상 무주공산이 아니다.
▲ 질주에 기름을 부은 10번의 역전승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계의 명언은 LG를 위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LG는 이 기간 동안 무려 10번이나 짜릿한 역전승 맛봤다. 끝내기안타 승리 또한 2번으로 그야말로 드라마를 썼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역전타의 주인공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뿐이 아닌 문선재 김용의 최경철 윤요섭도 승리의 수훈갑으로 자리했다. 또한 6월 14일 잠실 넥센전과 6월 21일 대구 삼성전은 불펜진의 블론세이브를 극복하며 다시 경기를 가져갔다. 21일 경기에선 철벽 마무리 오승환까지 무너뜨렸었다. 특히 문선재가 포수마스크를 썼던 6월 2일 광주 KIA전 역전승은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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