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主客顚倒, 주인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처럼 행동을 바꾸어 한다는 뜻)였다. 하지만 실제 그 내용부터 달성한 결과물의 차이는 판이하게 달랐다. 대성공과 대실패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21일과 23일 이틀 간격을 두고 한국 서울과 중국 상하이에서는 작지 않은 축구 행사가 열렸다. 서울에서는 K리그 휴식기를 맞아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대결이 열리는 K리그 올스타전이 개최됐고, 상하이에서는 박지성 자선경기인 제 3회 삼성화재 아시안 드림컵이 열렸다. K리그 올스타전은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축제이고, 아시안 드림컵은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이 주최하는 자선경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K리그 올스타전과 박지성 자선경기는 작지 않은 약점을 갖고 있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체와 객체가 바뀌었던 것.

K리그 올스타전은 흥행을 위해 K리그의 축제임에도 유럽에서 뛰고 있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윤석영(퀸스 파크 레인저스)이 함께 뛰게 했다. K리그 출신의 해외파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했지만, 해당 선수들이 챌린지 소속으로 뛰는 바람에 클래식과 챌린지의 대결이라는 K리그 올스타전의 색깔이 약해졌다. 심지어 구자철이 MVP를 받으면서 과연 이것이 K리그 올스타전이 맞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박지성 자선경기도 마찬가지다. 아시안 드림컵에서 주축으로 뛰는 선수들은 기성용과 지동원, 이청용, 남태희, 김보경 등 한국의 유명한 축구 선수들이었지만, 중국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함께 출연하는 SBS 방송프로그램 '런닝맨'의 출연진과 아이돌 그룹 EXO-M에게 쏠렸다. 중국 팬들은 경기 전날 박지성과 런닝맨 출연진의 입국에 맞춰 상하이 푸동공항에 3000여명이 모여들어 중국 공안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K리그 올스타전과 박지성 자선경기는 결과물이 전혀 달랐다.
K리그 올스타전은 1만 1148명의 관중밖에 모이지 않았다. 역대 올스타전 평균관중이 3만 5328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대실패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경기 시간이 문제였다. 이날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FC 서울은 평일 경기의 경우 관중들이 퇴근하고 여유있게 찾을 수 있도록 오후 8시에 경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K리그 올스타전은 오후 7시에 경기를 시작해 관중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방송 중계를 위해 계획된 시간보다 경기 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을 매력적인 요소도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결국 관중 동원에 실패한 K리그 올스타전은 흥행을 위해 해외파를 초청한 것까지 문제로 지적을 당했다. 결과가 좋지 못하니 과정까지 문제가 된 경우였다.

박지성 자선경기는 달랐다. 결과가 매우 좋아 과정까지 칭찬을 받았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런닝맨' 출연진과 아이돌 그룹 EXO-M의 기용은 신의 한 수에 가까웠다. 비록 박지성을 비롯해 축구 선수들을 향하는 관심은 떨어졌지만, 경기 자체는 대성공이었다. 중국 공안의 인위적인 관중 조절로 인해 만원 관중에는 실패했지만, 관중석 일부를 제외하고는 빼곡하게 관중이 들어차 2만여명 후반대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특히 입장권 가격이 680위안(13만 원)이나 하는 최고급석은 매진에 가까웠다. 게다가 관중들의 충성도 또한 매우 높아서 경기 막판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관중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준비해온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다.
물론 '자선경기를 보러 온 것인지, 연예인을 보러 온 것인지'하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박지성 자선경기의 목적을 생각하면 그 논란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날 열린 박지성 자선경기는 지난 4월 사천성에서 발생한 대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수익금 전액을 후원하고자 개최한 경기였다. 그만큼 수익금 발생을 위해 많은 관중 동원이 필요했다. 축구는 수단에 불과할 뿐이었다. 앞서 박지성이 주가 되지 않고 객인 런닝맨 출연진과 아이돌 그룹이 주가 됐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사천성을 돕기 위한 주목적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에서의 중계방송 또한 현지 관중 동원에 조금의 영향도 없는 만큼 신경쓰지 않았고, 결국 박지성 자선경기는 경기 끝난 후 녹화 중계됐다.
K리그 올스타전의 주인은 K리그 팬들이다. 하지만 평일 오후 7시에 과연 전국 곳곳에 있는 K리그 팬들이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팬들이 일반적인 직장을 가진 이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지방 팬들은 오후 늦게나마 서울로 출발해 K리그의 축제를 함께 하려 했다. 그러나 금요일 저녁 서울의 엄청난 교통 체증에 막혀 올스타전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경우가 발생 했다. K리그 올스타전을 주최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서는 이번의 실패를 발판삼아 내년에 열릴 올스타전에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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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중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