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67) 감독의 '애제자' 홍명보(44)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제2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까.
홍명보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을 지휘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19일 기술위원회를 마친 뒤 차기 사령탑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다. 특히 “대표팀 감독직과 관련해 홍 감독과 교감이 있었다”며 사실상 홍명보 감독을 미리 낙점한 상태였다. 협회는 결국 난세를 구할 영웅으로 홍명보 감독을 점찍었다.

홍 감독은 이듬해 열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비롯해 2015 호주아시안컵까지 A대표팀을 지휘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5년 계약설도 나돌았으나 결국 2년 계약으로 결정됐다. 브라질월드컵과 아시안컵의 성적을 통해 향후 계약 연장의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은사' 거스 히딩크 안지 마하치칼라 감독의 발자취를 따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의 애제자는 단연 홍명보 감독이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히딩크호를 진두지휘했다. 동점골이 필요했던 이탈리아(16강), 독일(4강), 터키(3-4위전)전서는 교체아웃됐지만 이 3경기를 제외하곤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4강 신화의 일등공신이었다.
감독과 선수로서 끈끈했던 인연은 감독-코치로의 끈으로 이어졌다. 홍 감독은 지난 1월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안지로 향했다. '은사'의 곁에서 유럽 선진 축구를 몸으로 체험하고 싶었다. 홍 감독은 어시스턴트 코치로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다. 네덜란드 한국 호주 러시아 터키 등을 이끌고 수많은 신화를 창조했던 히딩크 감독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세계적인 명장이다. 그의 지도력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으니 홍 감독으로서는 천금의 기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다. 지난해 런던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2009년에도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8강에 진출했다. 홍 감독이 지도했던 이들은 한국 축구의 황금 세대다. 박주영 구자철 기성용 지동원 김보경 김영권 등은 한국 축구에 없어서는 안될 자산으로 자라났다.
이제 남은 것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신화를 재현할 수 있느냐다. 히딩크 감독은 11년 전 한국 축구에 사상 첫 월드컵 4강 신화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강산이 변했다. 히딩크의 애제자는 제 2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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