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함께 여물어가는 황새의 두 가지 꿈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6.25 07: 10

'황새' 황선홍(45)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K리그 클래식 선두를 이끌고 있는 황선홍 감독을 만나기 위해 담금질 장소인 경기도 가평을 찾았다. 뜨거운 태양은 황 감독의 원대한 꿈을 포항이라는 이름으로 녹여내고 있었다.
포항은 모기업인 포스코의 철강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파로만 진용을 꾸렸다. 그럼에도 포항은 전반기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승승장구했다. K리그 클래식 14경기서 8승 5무 1패(승점 29점)를 기록했다. FC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를 빗대 '스틸타카', '포항셀로나' 등의 기분 좋은 신조어를 낳았다. 깨지긴 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무패행진도 19경기까지 늘렸다.

'유스 출신'들이 주를 이룬 '국내파'로만, 그것도 타팀에 비해 얇은 스쿼드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K리그에 시사하는 바는 컸다. 황 감독은 올 여름 선수 보강 가능성에 대해서도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해 구단과 논의 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대로 가야할 것 같다. 추가 영입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 11일 공격수 신영준과 골키퍼 김대호를 영입한 것을 제외하곤 보강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 현재와 미래
황 감독은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포항의 현재와 함께 나아가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황 감독은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공존한다. 국내파 운용의 장점은 우리들만의 캐릭터를 갖고 팀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고 단점은 K리그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먼 미래를 보면 훌륭한 외국인 선수를 기용해 더 좋은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게 못한다는 것이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구단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전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켜 미래를 탄탄하게 만들기로 뜻을 모았고, 계획대로 가고 있다. 신인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춘다면 포항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푸른 청사진을 그렸다.
▲ 국가대표 감독
또 다른 꿈은 개인의 영욕인 동시에 국가를 위한 길이다. 황 감독을 만난 당시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선임이 임박했던 터라 '향후 대표팀 감독이 욕심나지 않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황 감독은 "은퇴하고 나서부터 내 목표이자 꿈은 대표팀 감독이었다. 하지만 꿈이다. 영광된 자리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만큼 준비도 많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아직은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모든 면에서 내공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면서 겸손의 미덕을 보인 뒤 "나중에 정말 기회가 온다면 대단한 영광이 될 것 같다.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포항에 애정을 갖고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곧 (대표팀 감독)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포항과 함께 더 큰 그림을 구상했다.
황 감독은 지난 2010년 포항의 지휘봉을 잡아 2011년 리그 3위에 올려놓았다. 이듬해에도 리그 3위와 FA컵 우승이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올 시즌 14경기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며 정상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포항은 후반기 초반 살인일정을 앞두고 있다. 더블 달성의 최대 고비다. 29일 인천 원정길을 시작으로 내달 3일 서울(홈), 7일 전북(홈), 10일 성남(FA컵, 원정), 13일 성남(원정), 16일 수원(홈)전까지 줄지어 강팀을 만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더블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황새' 황선홍 감독이 포항과 함께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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