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은 타 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9회를 막아줄 수호신도 든든하다. 그런데 이 선발진과 마무리를 이어줄 가교가 약한 SK다. 결국 1⅔이닝 남짓한 이 시기에 SK의 올 시즌 사활이 달려있다.
7위에 처져 있는 SK는 최근 몇몇 부분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우선 경기를 만들어야 할 선발투수들의 활약상이 좋다. SK의 선발투수들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4.01로 리그 4위의 성적을 내고 있다. 야수 라인업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시즌 초반 동반 부진에 빠졌던 정근우 박정권 김강민 등 주축 선수들의 방망이가 살아났다. 이명기 한동민 등 신예 선수들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희소식도 있다.
결국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켰던 불펜 안정화가 다시 한 번 화두로 떠올랐다. SK의 불펜투수들은 올 시즌 7승8패15세이브11홀드를 합작하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5.16으로 리그 7위다. SK가 쉽게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마무리 박희수는 건재하다. 17경기에서 1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으로 선전 중이다. 17경기 중 8경기에서나 1이닝을 넘게 소화하며 팀의 뒷문을 틀어막았다. 선발투수들의 이닝소화능력도 좋다. 크리스 세든은 평균 6⅔이닝을 먹어치웠다. 조조 레이예스와 윤희상도 경기당 6⅓이닝을 소화했고 김광현(5⅔이닝) 또한 최근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 모두 능히 7이닝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산술적인 수치처럼 6⅓이닝을 소화한다면 9회 마운드에 오를 박희수까지 가는 길은 1⅔이닝 남짓이다. 5타자 정도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SK는 항상 이 ‘5타자’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불을 끄기는커녕 주자들을 더 내보냈다. 뒤에 오르는 투수들의 부담감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도 못했다. 악순환이었다.
SK의 불펜 전력은 주축 불펜투수들의 이적과 군 입대, 그리고 부상 악령으로 예전만 못하다. 예비전력도 마땅치 않다.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박정배 윤길현도 다 1군에 올라왔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관건은 이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다. 야구 관계자들은 “불펜투수들의 명확한 임무 부여와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SK 불펜 투수들은 올라오는 타이밍이 일정하지 않다. 다른 팀에서 흔히 사용하는 원포인트도 명확하지 않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임무도 시즌 내내 바뀌었다. 선수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 관계자는 “불펜투수들도 경기에 들어가기 전 미리미리 상황을 그릴 수 있어야 하는데 SK는 현재 그런 여유가 없어 보인다. 교체 타이밍에 대한 선수단의 전반적인 공감대도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이 선수들로 한 시즌을 끌고 가야 한다면 명확한 임무를 주고 그에 대해서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SK는 불펜을 믿지 못하다보니 선발투수들을 예정보다 길게 끌고 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지는 경기라면 모를까, 이기는 경기에서라면 불펜을 총동원해 ‘5타자’를 막는다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만수 감독도 그 전략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SK가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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