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의 반환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번에도 역시나 외국인 선수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는 팀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 교체카드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물밑에서는 활발히 정보를 수집하며 고심하는 중이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시즌 중 교체 사례가 없었던 적은 전무했다. 결국 올 시즌도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로 기존 외국인 선수를 퇴출시키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만큼 시즌 중 팀 전력을 단숨에 상승시키는 일도 없다. 지난 몇 년을 돌아봐도 그랬다. 2012시즌 KIA의 헨리 소사, 2011시즌 삼성의 덕 매티스와 저스틴 저마노, 2009시즌 SK의 개리 글로버 등이 반전카드가 됐었다. 올 시즌 어느 해 못지않게 중위권 싸움이 치열한 만큼, 외국인 선수 교체의 성패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LG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벤자민 주키치가 3승 5패 평균자책점 5.40로 고전, 이미 두 번이나 2군으로 내려갔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다시 도약하지 못하면, 3년 연속 잔류가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KIA 또한 지난 시즌 반전카드였던 헨리 소사가 널뛰기 투구를 반복하며 8승 3패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 중이다. 전지훈련부터 외국인선수를 교체해야 했던 두산도 개릿 올슨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평균자책점이 5.72, 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지금 이 시기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기 가징 힘든 시점이라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 선수 수준이 메이저리거급으로 급격히 올라갔기 때문에 교체를 위해 드는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교체카드 대상은 보통 메이저리그서 뛰고 있거나, 오는 9월 확장엔트리 때 메이저리그 콜업을 노리는 선수들.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이들을 설득하는 것부터 난관에 빠지곤 한다.
현대와 LG에서 외국인 스카우트를 했었던 넥센 염경엽 감독 또한 이러한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염 감독은 지난 23일 시즌 중 외국인 선수 교체에 대해 “지금이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 가장 힘들다. 일단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선수는 소속팀에서 트레이드 머니를 요구하며 선수는 차후 퇴출여부에 상관없이 연봉이 보장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구단들이 이러한 풍토를 조장한 게 크지만, 결국에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염 감독은 “가장 난감한 경우는 뽑을 선수가 없을 때다. 예전에 아무리 뒤져봐도 마음에 드는 투수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 현대 때 데려온 퀸란과 브롬바, 그리고 LG의 페타지니 셋 모두 투수를 보러 갔다가 없어서 타자를 선택한 경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염 감독의 선택은 대반전이 됐다. 퀸란은 2000시즌 현대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고 브롬바 또한 역대 외국인 타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맹활약했다. 페타지니는 뛴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21세기 LG 4번 타자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한편 염 감독은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로 타자 쪽에선 타이론 우즈, 투수 쪽에선 다니엘 리오스를 꼽았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첫 해인 1998시즌부터 2002시즌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우즈는 4년 통산 타율 2할9푼4리 174홈런 510타점을 기록했고 이후 일본프로야구서도 맹활약을 이어갔다. 2002시즌 KIA에서 한국프로야구 생활을 시작한 리오스는 2005시즌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 됐는데 2007시즌까지 215경기 1242이닝을 소화하며 90승 59패 평균자책점 3.01을 올린 바 있다. 리오스 또한 2008시즌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에 입단했는데 시즌 도중 약물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여 시즌 도중 퇴출되고 말았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