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올 시즌 상대 투수에 따른 라인업 변화가 많은 팀으로 손꼽힌다. 김시진(55) 롯데 감독의 머리도 아프다. 김 감독도 고정라인업에 대한 바람은 크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며 입맛을 다셨다.
롯데는 올 시즌 총 62경기에서 52개의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상대 투수가 우완일 경우 박종윤 김대우를 비롯한 좌타자들이 많이 들어섰고 좌완일 경우에는 그 반대가 됐다. 손아섭이 지키는 3번을 제외하면 각 타순의 주인이 마땅치 않았다. 롯데가 52개의 라인업을 쓰는 사이 넥센은 37개, NC는 39개, 삼성은 42개의 라인업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실제 팀 내 타순별 최다 출전 선수를 보면 타 팀에 비해 그 숫자가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번에 가장 많이 들어선 황재균은 37경기에 나섰는데 이는 9개 구단 리드오프 중 가장 적은 숫자다. 다른 타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같은 타순에 30경기 이상을 뛴 롯데 선수는 황재균(1번, 37경기)·손아섭(3번, 61경기)·강민호(4번, 35경기) 밖에 없다. 역시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치다.

그러다보니 김 감독은 경기 전 오더를 짜는 것이 가장 고역이라고 했다. 김 감독도 “가장 좋은 것은 선수들의 타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고정적인 타순으로 가는 것이다. 그것이 벤치도 편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팀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게 김 감독의 하소연이다. 김 감독은 “그날 컨디션도 봐야 한다. 데이터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비 위치도 다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박흥식 타격코치로부터도 경기 전 예비 오더를 하나 받는다. 자신과 박 코치의 오더를 놓고 더 나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내 오더가 좋을 때도 있고 엉뚱한 곳으로 갈 때도 있다”라며 박 코치로부터도 오더를 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대한 신중하게 오더를 결정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타순의 변동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롯데는 21일과 22일 문학 SK전에 같은 오더를 냈다. 상대 선발이 좌완(세든·김광현)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변화를 주지 않았다. 19일 잠실 두산전과 23일 문학 SK전의 오더도 거의 같았다. 19일에는 7번에 김대우가, 23일에는 7번에 박준서가 들어선 것의 차이였다. 상대 우완 선발(노경은·백인식)을 대비한 오더였다.
김 감독은 고정 라인업의 조건으로 “선수들이 고루 잘해야 한다”라는 전제를 달았다. 몇몇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면 결국 라인업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면 굳이 오더를 바꾸지 않더라도 공격력을 이어갈 수 있다. 감독으로서도 굳이 오더에 손을 댈 이유가 없다. 김 감독의 바람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롯데 공격력과도 연결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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