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서건우 "불륜남 역할, 밉상이라고요?"[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6.25 08: 23

“솔직히 많이 아쉬워요. 영화에서 이만큼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인데 제 연기 중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이네요. 엘리베이터에서 구타당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온몸에 물엿 범벅을 한 채 한여름에 고생스럽게 찍었는데 편집됐고,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도 몸을 꿈틀꿈틀 하는데 신경을 꽤 썼는데 본 필름에는 없네요.”
신예 서건우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배우 서건우는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닥터’(김성홍 감독)를 통해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비로소 제대로 치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과정을 밟으며 지난 2009년부터 연극 무대에서 연기 경력을 쌓아온 그는 지난해 일본 영화 ‘백자의 사람:조선의 흙이 되다’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는 영화 경력이 미천한 상황. ‘닥터’에서는 헬스트레이너이자 순정(배소은 분)의 불륜남인 영관 역으로 출연해 갈등의 도화선을 만들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닥터’는 저명한 성형외과 전문의 최인범(김창완 분)이 어린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이후 내재돼 있던 사이코패스 본능을 드러내며 살인행각을 벌이는 과정을 담은 사이코패스 스릴러. 서건우가 연기하는 영관은 인범에게 결국 살해당하며 불륜남의 비참한 최후를 톡톡히 치른다.

“사실 영관이 동정 받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니죠. 순정과 과거에 사랑했더라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진 상황인데 그 관계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죠. 영화에서 보면 인범이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살인행각을 벌이는 덜 자란 어른으로 나오는데, 따지고 보면 영관도 다르지 않아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데 젊음만 앞서 일을 치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마네요.” 
주인공 인범을 비롯해 ‘닥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감정이입이 쉽지 않지만, 이를 연기한 배우 입장에서는 그래도 내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간다. 서건우의 영관도 마찬가지다.
“결혼 전 사랑했던 여인에게 순정을 보이기도 하고 또 마초스러움을 내보이기도 하죠. 또 어쩔 때 보면 어리바리한 면도 있고요. 사람이 한 가지 면만 있지는 않잖아요. 밉상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너무 미워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처음에 오디션을 볼 때 영관 캐릭터를 분석해서 A4 용지에 가득 담아갈 정도였어요. 영관이라는 인물을 재미있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캐릭터 분석 외에도 서건우는 영관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몸매 가꾸기에도 정성을 들였다. 영관은 체격 좋은 헬스 트레이너로 영화에서 서건우는 근육이 단단하게 붙은 잘 빠진 몸매로 한눈에 헬스트레이너 캐릭터를 표현했다.
“예전에 헬스트레이너로 실제로 일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몸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죠. 직업적인 것 외에 평소에도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는 편이에요. ‘닥터’ 때는 특별히 좀 더 정교한 몸을 만들기 위해 4개월 동안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었어요.”
영화 속 파격적인 베드신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이 장면을 기능적으로 최대한 살리기 위한 노력 또한 기울였다.
“짦은 순간 안에 인범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끌어내야 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도발적이어야 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서 이것저것 공부를 많이 했죠. 본의 아니게 야동도 봤는데, 그것보단 영화 ‘해피엔딩’ 속 주진모·전도연 씨의 농염한 베드신을 참고했어요. 실제로 촬영할 땐 최소한의 인원에 여자 스태프들만 들어오는 등 감독님께 최대한 배려를 받았어요. 그래서 더 용기 내게 됐고 부끄러움 보다는 집중해서 신을 만든 것 같아요.”
서건우는 올해로 만 서른 살이 됐다. 스크린 첫 데뷔작이나 마찬가지인 작품을 갖기엔 꽉 찬 나이이기도 하다. 배우에 앞서 음악을 전공했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 때까지 튜바를 공부했어요. 뒤늦게 진로를 바꾼 건 평생 도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음악을 전공하면서 극회 활동을 했는데 그때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유학을 갈까 고민하다 과감하게 진로를 변경해서 한예종 전문사 과정을 밟게 됐죠.  그간 ‘보이첵’, ‘도둑놈 다이어리’ 같은 연극 무대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예능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에도 나오는 등 뒤늦은 출발만큼 여기저기 문을 많이 두드렸어요.”
‘닥터’를 통해 상업영화 첫 데뷔작을 갖게 된 소감은 어떨까?
“음악 하던 놈이 진로를 바꿨다고 걱정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 VIP 시사회 때 모두들 초대해서 영화를 보여드렸어요. 많이 부족해서 부끄럽지만 다행히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고, 무엇보다 재밌게 봤다고들 하셔서 뿌듯해요. 상업영화로서 ‘닥터’를 즐겁게 봐주시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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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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