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병살타 유도는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또 한 번 위기를 넘기며 호투한 가운데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수준급 병살 유도 능력을 뽐내고 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8피안타 4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7승은 또 다시 다음으로 미뤘지만 자신의 몫은 다한 경기였다. 15번의 선발 등판에서 12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도 종전 2.96에서 2.85로 낮췄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의 2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기록했던 류현진이었다. 이번에는 복수를 노렸으나 역시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류현진을 상대로 4월 3일 경기에서 10개, 5월 6일 경기에서 8개의 안타를 치며 괴롭힌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이날도 8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볼넷도 고의사구 하나를 포함해 4개를 골랐다. 활발하게 출루했다.

그러나 류현진의 실점은 단 1점이었다.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특히 병살유도가 인상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공격의 흐름을 끊는 병살타는 류현진과 다저스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1회부터 병살타를 유도했다. 1회 1사 후 스쿠타로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강타자 포지를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잡아냈다. 초구부터 적극적인 직구 승부를 벌여 포지의 배트를 이끌어냈다.
1-1로 맞선 5회는 극적이었다. 류현진은 1사 후 포지에게 볼넷, 그리고 펜스와 산도발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렸다. 그러나 류현진은 침착했다. 크로포드에게 던진 4구째 슬라이더가 방망이에 비껴 맞으며 투수 앞 땅볼이 됐다. 류현진은 차분히 홈으로 송구했고 포수 엘리스가 1루로 던져 병살타를 완성시켰다. 류현진이 최대 위기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까지 총 14개의 병살타를 유도했다. 전날(24일)까지 MLB를 통틀어 류현진보다 더 많은 병살타를 유도한 선수는 루카스 하렐(휴스턴·16개)과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16개) 뿐이었다. 이런 류현진의 면모는 벤치의 믿음을 강하게 하고 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도 한 몫을 거든다. 비록 6월 들어 승리를 따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류현진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