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류현진(26,LA 다저스)은 불운의 아이콘과도 같았다. 27경기에 등판, 182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단 9승 뿐이었다. 최연소 100승 돌파,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등 많은 기록달성을 앞뒀던 류현진이지만 단 1승이 모자라 기록 달성을 뒤로 미룬 채 미국 땅을 밟았다.
혜성과 같은 등장, 그리고 기대 밖 활약까지 류현진은 미국무대 진출 첫 해부터 연착륙에 성공했다. 4월 3승, 5월 3승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승리를 쌓았고, 5월 29일(이하 한국시간)에는 메이저리그 진출 11경기만에 완봉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두 달만에 6승을 거뒀으니 시즌 10승 달성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달 류현진은 작년 기억을 떠올릴 것 같다. 류현진은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⅔이닝 8피안타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12번째 퀄리티스타트이자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세운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피칭으로 이닝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과정은 좋지만 결과는 아쉽다. 6월들어 류현진은 승리가 없다. 이날 경기에서도 호투를 했음에도 타자들이 도와주지 않았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사이 다저스 타자는 샌프란시스코 선발 매디슨 범가너를 맞아 단 2안타에 그쳤다. 볼넷 1개까지 합하면 모두 세 번밖에 출루하지 못했다. 그나마 1회 야시엘 푸이그가 홈런을 날리지 않았다면 패전투수 위기에 몰릴 뻔했다.
사실 류현진은 이날 고전을 면치 못했다. 6회 한 번만 3자범퇴를 기록했을 뿐 주자를 계속 내보내면서 위기를 맞았다. 1회 1사 1루에서 병살타, 5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차례로 잡아냈고 3회에도 2사 만루 위기를 막아냈다. 주자가 나가면 투수의 체력소모는 더욱 심해진다. 류현진은 승리에 대한 집념으로 7회 2사까지 마운드에서 버텼지만 버스터 포지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다음 타석에 천적 헌터 펜스가 나오자 마운드를 로날드 벨리사리오에게 넘겨야 했다 . 1-1 상황에서 마운드를 떠나 승게주자가 홈을 밟으면 류현진이 패전투수가 될 뻔했지만, 오랜만에 벨리사리오가 진화에 성공했다.
이날 류현진이 얻은 성과는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그리고 평균자책점을 2.96에서 2.85까지 끌어내린 것이었다. 여전히 마운드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이지만 계속되는 ND(승패무관) 경기는 그를 지치게 할 수도 있다.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이 돌아가면 류현진은 오는 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한다. 그 날 필라델피아 선발로는 최강의 좌완 클리프 리(9승 2패 ERA 2.53)이 예상된다. 이래저래 류현진의 7승 정복은 험난할 전망이다.
<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