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프지 않고 뛰며 적응해나간 뒤 내년에도 잘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과거의 에이스가 새로운 팀의 유니폼을 입고 적지가 된 마운드에 오른다면 커다란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감독은 빅매치 성사 조건보다 선수 본인의 몸을 우선시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과거 롯데의 암흑기를 지탱한 우완 에이스였던 손민한(38)의 선발 출격시기에 대해 몸 상태를 먼저 생각했다.
김 감독은 25일 우천 연기 된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빗 속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대체로 비가 오는 가운데서는 홈 팀의 양해를 구한 뒤 실내연습장에서 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 롯데 타자들의 타격 훈련 말미 굵어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NC 타자들의 훈련 때 장대비에 가깝게 굵어졌다.

“실내에서 하는 타격과 야외에서 하는 훈련은 차원이 다르다. 힘들더라도 이렇게 해야 타자들이 좀 더 감을 높일 수 있다”라며 김 감독 본인도 비를 맞으며 훈련을 지켜봤다. 이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손민한이 롯데전에 등판하는 지 여부다.
1997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손민한은 2000년부터 팀의 주력 에이스로 자리를 굳히며 2001년 15승 공동 다승왕, 2005년 18승(1위) 평균자책점 2.46(1위)으로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도 불구,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바 있다. 그러나 2008시즌 12승 후 어깨 부상과 수술로 인해 내리막을 탔고 결국 2011시즌 후 자유계약 방출되고 말았다. 선수협 회장 시절 불미스러운 일까지 얽혀 선수 복귀마저 요원해보였던 손민한이다.
우여곡절 끝에 NC의 신고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손민한은 3경기 3승무패 평균자책점 1.04로 클래스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얼마나 투수에게 중요한 덕목인지 알려주는 손민한. 그러나 어깨 수술 전력이 있는 베테랑인 만큼 김 감독은 손민한을 빅카드로 쓰기보다 보다 좋은 몸 상태로 출격시킬 수 있길 바랐다. 선발 로테이션에 넣을 때도 “부상 전력 때문에 연투 부담이 크고 로테이션 간격도 좀 넓게 투입될 것이다”라고 공언했던 바 있다.
“손민한이 롯데전에 나선다면 정말 빅카드 경기일 것이다. 그러나 손민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올 시즌 아프지 않고 내년에 더욱 꾸준하게 뛸 수 있도록 팀에서도 도와주는 것이다”. 손민한의 롯데전 등판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양 팀은 26일 선발로 각각 크리스 옥스프링(롯데)과 찰리 쉬렉(NC)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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