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무대서도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이닝 소화력은 변치 않았다.
선발승이 추가되지 않을 뿐, 류현진은 여전히 굳건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애인절스전 완봉승 이후 4경기서 26⅔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2.73으로 흔들리지 않는 중이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던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도 어느덧 25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15번째 선발 등판을 치르며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기록이 많은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닝이다. 현재 류현진은 98이닝을 소화, 메이저리그 신인 중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신인왕 경쟁자인 셀비 밀러와 똑같은 15경기를 치르면서 6이닝을 더 던졌다. 메이저리그 전체서도 30위 안에 드는 기록으로 류현진의 뛰어난 적응력을 입증하는 숫자다.

선발투수를 판가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이닝을 비롯해 선발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볼넷, 피안타율 등의 전통적 기록부터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BABIP(인플레이 상황 시 타율)까지 투수의 능력을 정의하는 항목은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이중 어느 항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야구가 팀스포츠이자 장기레이스임을 염두에 두면 이닝은 선발투수가 얼마나 팀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표시하는 항목이다. 특히 한 달 동안 휴식일이 2, 3일에 불과한 살인적인 일정의 메이저리그에선 선발투수의 이닝소화력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할만하다.
류현진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류현진은 올 시즌 200이닝 이상을 기록한다. 지금까지 경기당 평균 약 6⅔이닝을 투구하고 있는 류현진은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한다면 203이닝, 32경기에 등판한다면 209이닝 가량을 찍는다. 동양인 선발투수 중 데뷔 첫 해부터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이는 2007시즌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유일한데 당시 마쓰자카는 204⅔이닝을 기록한 바 있다. 참고로 다르빗슈는 지난해 191⅔이닝을 소화했고 박찬호는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첫 해인 1997시즌 192이닝을 던졌다.
2012시즌 리그 전체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는 단 30명. 팀당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200이닝 투수는 흔치않은 존재다. 즉, 류현진의 200이닝 소화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부터 에이스 증표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닝은 류현진의 계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 12월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근데 이 계약에는 2013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5년 동안 750이닝을 넘기면 2017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조항이 첨부되어 있다. 아직은 먼 시점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페이스가 5년 동안 이어질 경우, 류현진은 2017시즌이 끝나고 FA시장의 중심인물이 될 것이다.
한편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7년 중 2006시즌과 2007시즌 두 차례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바 있다. 7년 통산은 1269이닝이다.
<사진> 로스앤젤레스 = 곽영래 기자 sou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