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이대호에 이어 펜스까지…천적 생긴 류현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6.26 06: 06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도 천적은 있다.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류현진(26,LA 다저스)에게도 타석에서 만나기 싫었던 천적이 있었으니 바로 이대호(오릭스)와 최정(SK)이다.
이대호와 최정을 만나면 천하의 류현진도 고전했다. 이대호는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타율 3할8푼6리를 기록했고 홈런 7개와 16타점을 올렸다. 출루율은 4할7푼8리, 장타율은 무려 8할7리까지 올라간다. OPS는 1.285, 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인 이대호지만 류현진을 만나면 배리 본즈로 변신했다. 최정도 마찬가지, 류현진을 상대로 타율 4할1푼3리에 3홈런 12타점을 올렸고, 출루율 4할7푼2리 장타율 7할1푼7리 OPS 1.189를 찍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 '두 번째 선발투수'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다저스 2선발로 자리잡은 류현진에게 또 천적이 생겼으니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헌터 펜스(30)다. 펜스는 통산타율 2할8푼6리 150홈런 556타점으로 결코 얕볼 수 없는 선수다. 2007년 휴스턴에서 데뷔, 타율 3할2푼2리 17홈런 69타점을 기록해 신인왕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펜스는 두 번이나 올스타전에 나갔다.

그렇다고는 해도 류현진을 상대로 강해도 너무 강하다. 올해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전에 3번 등판했는데 이 경기에서 펜스는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단 3경기 뿐이지만 펜스는 류현진을 상대로 9타석 8타수 6안타(2루타 2개) 4타점으로 천적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의 네 번째 7승 도전도 사실상 펜스 때문에 무산됐다. 1-1로 맞선 7회초 2사 후 류현진은 3번 버스터 포지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석에는 펜스, 이 날도 그는 류현진을 상대로 2타수 2안타 1볼넷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류현진의 투구수는 108개로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었다. 게다가 펜스만 잡으면 승리투수를 기대할 수도 있던 상황, 하지만 다저스 벤치의 결정은 투수교체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감독님이 교체를 결정하셨고 나도 그에 따랐다. 특별히 펜스라고 더 상대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7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류현진은 "한국에서 (이)대호형, (최)정이한테 약했다"고 덧붙였다.
만약 펜스가 동부지구에서 뛰고 있다면 류현진이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1년에 5번 정도만 만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뛰고 있기에 천적관계는 조금이라도 빨리 청산해야 한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함께 위치한 두 팀,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와 1년에 19경기를 벌여야 한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류현진은 1년에 샌프란시스코와 4~5경기는 벌여야 한다.
다저스는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에 강한 선수를 특히 더 사랑한다. 다저스가 1999년 사상 최초로 계약총액 1억 달러를 넘기며 케빈 브라운을 영입할 때 샌프란시스코전에 강했다는 점도 감안했다. 류현진이 펜스에 약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인 셈이다. 류현진은 "펜스 선수가 내 공을 잘 맞추더라. 다음 번에는 안 맞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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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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