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 다저스)의 활약에 미국과 한국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MLB)로 직행한 첫 번째 사례가 대박 조짐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류현진의 뒤를 따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히는 오승환(31, 삼성)의 MLB 진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속단은 이르지만 자신의 의사에 달렸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마무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오승환은 올해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해외 이적은 소속팀 삼성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오승환 자신이 해외 진출을 원할 경우 삼성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력 약화는 부담이나 선수의 의지에 여론까지 등에 업을 경우 마냥 반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MLB와 일본 구단의 스카우트들도 한국을 찾아 오승환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텍사스 레인저스, 미네소타 트윈스의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오승환이 나오자 스피드건을 들고 분주하게 투구 내용을 분석하는 모습이었다. 오승환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

오승환은 해외 진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없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야구 관계자들은 오승환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당초에는 일본프로야구에 한정됐던 오승환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MLB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국제무대에서 오승환이 보여준 경쟁력도 하나의 근거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의 외국인 선수를 취재하기 위해 방한한 ‘커밍투아메리카베이스볼’의 관계자도 오승환의 MLB 진출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점쳤다. 이 관계자는 “오승환이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선수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한국무대 최고의 선수는 MLB에서도 통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스카우트들의 움직임을 단순한 ‘관심’ 정도로 해석할 수 없다. MLB에도 불펜투수가 필요한 팀은 많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의 성공도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류현진 취재차 미국을 찾았을 당시 현지 기자들은 “류현진 같은 선수들이 한국무대에 더 있느냐”라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역시 “류현진의 성공을 보면 한국 최고의 선수들은 MLB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류현진이 선발투수 중 최고였다면 오승환은 오랜 기간 불펜투수 중 최고의 자리를 유지한 선수다.
관건은 스스로의 의지로 보인다. ‘커밍투아메리카베이스볼’의 관계자는 “류현진의 계약 조건을 생각할 수는 없다. 생각보다 조건이 좋지는 않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금액적인 측면에서는 일본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붙는다면 금액이 올라갈 수 있고 선수 스스로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말은 달라진다. 결국 오승환의 선택에 달린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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